▲ 대한불교조계종 신도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와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조계종·NCCK·성균관 등 잇따라 “스스로 물러나라” 촉구
반대 여론 확산… 박근혜 대통령 귀국 후 결단에 이목 집중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계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청서에 대한 재가를 귀국(21일) 후 검토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용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 총리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올 때까지 할 일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개신교, 불교계가 잇따라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는 18일 문 총리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은 성명을 통해 “문 총리 후보자 는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악한 영의 역사인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행위를 정반대로 왜곡 했다”면서 후보 지명 철회와 사퇴를 요구했다.

◆“문 후보자 총리되면 국가의 재앙”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성명을 통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관과 종교관의 문제점을 꼬집어 비판을 가했다.

NCCK는 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교회에서 강연하는 중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켰다”며 “마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하고 남북을 분단시키신 분이 하나님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포장만 한 것이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며 심각하게 왜곡하고 깎아내리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국가적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만길, 이만열, 이이화 등 역사학계 원로학자 16명도 18일 문 총리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그는 역사관과 민족관, 국가관에 커다란 흠결이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 후보자는 전통문화를 폄훼하고 하느님과 미국이 독립을 거저 줬다는 ‘타율적 해방론’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는 남북 간 대립갈등을 부추기는 수구 냉전적사고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신학자와 역사학자, 목사, 시민 등 105인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 반대를 천명하는 ‘기독교 105인 양심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승스님 “국민 정서와 뜻 읽어야”

불교계도 연일 문 총리 후보자의 총리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을 이끄는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청와대불자회장인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민의 정서와 뜻을 잘 읽어야 한다”고 밝히며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송광용 신임 교육문화수석,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도 함께했다. 이번 예방은 청와대 수석 이임 인사차 마련됐으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한 발언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상식선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국무총리가 돼야 하는데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종단 안팎의 반감이 매우 강하다”며 “청와대가 국민의 정서를 잘 읽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자승스님은 종단 차원의 입장문 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스님은 “종교 간 갈등으로 비칠 수도 있어 보류하고 있다”면서 “문 총리 후보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남전스님은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종단이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굉장히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다만 종단이 공식 입장을 냄으로써 문 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종교의 문제로 곡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향적스님)와 20개 불교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각종 강연과 칼럼을 통해 도저히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의식이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며 “더욱이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과와 유감 표시를 반복했지만 국민들에게는 후보자의 진정성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림(유교)을 대표하는 성균관은 지난 13일 문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종단 전체의 첫 공식 성명이어서 주목됐다.

성균관은 성명서에서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대한민국의 총리가 될 수 없다”며 “1000만 유림은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1일 51.1%에서 17일 42.7%까지 떨어졌다. 집권여당 새누리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문 총리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 대통령이 문 총리 후보자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과연 어떤 선택과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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