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팬택의 걸작으로 불리는 ‘베가 아이언2’의 디자인을 담당한 심지혜 디자인 전임연구원(오른쪽)과 개발 전반을 총괄했던 배정헌 국내상품기획팀 기획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디자인·스펙 완벽조화… “의리 때문에 포기 못했죠”
“롤렉스 시계처럼 소장가치 있는 아이언2 되길”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디자인’하면 대기업들을 제치고 단연 1등 소리를 듣는 팬택이 이번에도 완벽한 디자인으로 시장을 압도했다. ‘메탈’이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베가 아이언2’ 디자인의 주인공들이 궁금해졌다. 메탈을 보석처럼 만들어낸 주인공은 29살 동갑내기였다.

▲ 심지혜 전임연구원이 디자인 걸작으로 불리는 ‘베가 아이언2’에 담긴 디자인 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창 아이언2가 준비되던 즈음 회사에는 어려움이 잇달았다. 그 때문일까 회사의 분위기를 역전시켜줄 구원투수로 아이언2에 기대가 쏠렸다.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지만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했다. 이를 위해 베가아이언 원작 사용자의 목소리를 경청해 ‘형보다 나은 아우’ 만들기에 돌입했다.

우선 투박하고 차갑다는 메탈의 단점을 벗겨내야 했다. 심지혜 디자인 전임연구원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아이언2의 디자인 모티브는 ‘보석’이다. 쇠붙이도 보석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로 했다. 보석을 세공하듯 다이아몬드 컷 기술로 정교하게 다듬어 어떤 각도에서든 광택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센딩 기법으로 유리구슬을 뿌려 ‘거친 메탈’이 아닌 은은하게 반짝이는 ‘우아한 메탈’로 바꿨다.

컬러도 입혔다. 투톤 아노다이징 공법을 도입해 투톤 컬러를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색을 넣어 양산하긴 어려웠다. 이를 위해 디자인팀이 직접 팬택 중국 공장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심 연구원도 중국으로 향했다. 입에 맞지 않은 현지 음식을 먹으며 늦은 밤까지 계속 일을 하다 보니 10㎏ 넘게 살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 배정헌 상품 기획자가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의 기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 ‘베가 아이언2’의 탄생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때 힘이 되어준 건 아이언2 디자인 기획자인 동갑내기 친구 배정헌 국내상품기획팀 기획자였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사실 다른 디자인으로 준비되던 아이언2가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될 수 있었던 것도 배 기획자의 공이 컸다. 사장됐던 선행 디자인을 검토하던 그가 심 연구원의 디자인을 발견하면서 상황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직접 설득한 결과 지금의 아이언2가 있을 수 있었다. “우리끼리 의리는 물론, 이 선택을 믿어준 경영자와 모든 직원을 위해서라도 의리를 지켜야 했죠.” 그렇게 어렵게 최상의 6가지 컬러를 뽑아냈다. ‘감성 메탈’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끝은 아니었다. 전작의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인 ‘DMB’가 걸렸다. 디자인을 위해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려 스펙을 포기할 순 없었다. 애플도 못해냈던 ‘엔들리스 메탈’도 해낸 팬택이었다. 이런 팬택의 강인함을 강조하자 망설이던 기술팀들도 적극 협력했고, 팬택은 또 한계를 뛰어넘었다. 내장형 DMB 안테나를 탑재했음에도 전작보다 더 가볍고 얇은 두께까지 구현했다.

스피커도 고민이었다. 아이언2 선행 디자인에서 스피커의 위치는 모서리다. 또렷한 음질을 위해서는 두 방향을 커버할 수 있는 모서리가 최적이다. 다들 이를 알지만 시도하지 않는다. 휴대폰이 떨어지면 대부분 모서리로 떨어져 파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언2 테두리는 플라스틱이 아닌 메탈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했다. 이를 위해 강도가 센 금속을 스피커 재료로 사용했고 스피커 안쪽 내부를 비우는 설계로 ‘L자형 커브드 스피커’도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 이외에도 베가 아이언2는 전작의 아쉬움인 배터리와 카메라 성능까지 대폭 개선해 완벽한 진화에 성공했다.

모든 성공을 일궈낸 현장의 주인공들은 ‘전 직원의 의리’가 지켜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배 기획자와 심 연구원은 “2년 쓰고 버려지는 휴대폰이 아니라, 메탈로 만들어져 그 가치가 100년 넘게 지속되는 롤렉스 시계처럼 ‘소장 가치가 있는 아이언2’가 되길 바란다”며 당찬 미소를 띠었다.

▲ 디자인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팬택 ‘베가 아이언2’의 L자형 커브드 스피커. 커브드 스피커는 엔들리스 메탈에 L자형으로 스피커를 적용해 조형미뿐 아니라 어떻게 놓아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기능미까지 확보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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