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최초 신고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은 해양긴급신고 122번이 아닌 119번으로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당일 오전 852분부터 30분간 소방방재청이 운영하는 긴급신고전화인 119번에는 23건이나 되는 신고가 들어왔다. 초유의 긴급 해양사고임에도 신고전화인 122번에는 세월호 침몰 신고전화가 단 한 통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19번은 신고자 정보보호를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연계되지 않아 무선기지국 반경이내로만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보니 신고와 동시에 위치를 알 수 없다. 1초가 급한 상황에 사고신고는 소방방재청을 거쳐 해경으로 전달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해경과 3자 통화가 시작되었지만 해경은 전문가도 알기 어려운 위도, 경도 등을 신고 학생에게 묻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귀중한 시간을 또 보냈다. 만약 신고와 동시에 위치추적기능이 있는 해양긴급신고 122번와 연락되고 해경이 바로 대처했더라면 희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남는 부분이다.

현재 인명안전, 사회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한 긴급신고전화는 간첩신고(111, 113), 범죄신고(112), 화재구조구급재난신고(119), 마약신고(1301), 밀수신고(125), 해양신고(122) 9개에 이르고 민원신고 및 상담전화신고까지 합치면 30개가 넘는다. 이동전화에는 번호를 저장해놓고 단축번호만 누르면 연결되는 단축기능이 일반화되어 자기집 전화도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는 현실인데 이렇게 많은 전화번호를 그것도 긴급한 상황에서 국민이 기억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번 참사의 경우에서 보다시피 정작 긴급상황 발생 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긴급전화번호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11번호로 범죄, 테러, 화재, 해양신고 등 모든 긴급 상황을 신고하면 된다. 신고전화가 걸려오면 콜센터에서 고도로 훈련된 담당자가 상황과 위치를 파악해 지역소방서, 병원, 경찰 등에 전달해서 처리한다.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신고전화를 비롯한 재난대응시스템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999번으로 일본은 119번으로 통합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도 그동안 화재재난신고(01), 범죄신고(02), 응급차 요청(03)으로 운영했지만 지난해 8월 모든 긴급전화를 112로 통합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역내국가 어디서나 112번호로 긴급신고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고 및 긴급전화들은 너무나 많은 번호들이 있는데 부처별기관별로 종적으로만 관리되고 다른 부처 기관과 횡적으로는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되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기관 간 중복운용으로 예산낭비도 많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아픈 교훈으로 우리나라도 긴급전화, 신고전화는 국민인지도가 가장 높은 119번으로 통합운영하는 것을 검토 추진해야 하며 119번 신고전화도 신고와 동시에 위치추적이 되면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타 신고번호의 관제센터직원 일부와 우수한 신규직원을 채용하여 119관제센터로 이관 또는 배치하여 사고유형별 관할기관, 상황별 응대 및 위기판단 능력 등을 상시 교육훈련시켜야 한다.

또한 기관 간 청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재난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통합된 긴급전화와 재난대응시스템을 신설된 안전관리처(가칭)로 통합관리 해야 한다. 국민은 119번만 하나의 번호만 기억하고 긴급 상황을 신고하면 그 이후는 시스템적으로 구조, 복구, 사후처리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돼야 한다. 이제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후진적이고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첫 단추의 하나가 신고전화의 통폐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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