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상희구(1942~  )

아무래도 전생에
치과의사가 저이 아부지였나 보다
어쩌면 “이박음”이 이리도 촘촘할까.
이 작고도 견고한 질서.
내가 만약 빼어난 과학자라면
요 촘촘한 것들의 줄기세포만
몽땅 뽑아서
시골 꼬부랑 할망구
듬성듬성한 이빨들 싸그리 그쳐놓으리

[시평]
나이가 이제 어느만큼 들어 눈도 침침해지고, 이도 흔들흔들해지니, 참으로 옛날 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치과도 없이 아픈 이를 절절 매며 진지도 제대로 잡수시지 못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 다 빠진 이를 새로 해 넣지도 못하시고 몇 개 남을 이로 그저 살아가야만 했던 옛 분들 생각을 하니, 참으로 지금은 복 받은 세상이로구나, 생각이 든다.
촘촘한 씨앗들 마치 치아(齒牙) 마냥 박힌 석류를 보며, 듬성듬성 남아 있는 이로 힘들게 진지를 잡수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합죽이 마냥 두 볼이 움푹 들어간 모습으로 우물우물 진지를 드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손주녀석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몇 남지 않은 치아 드러내고 파안대소(破顔大笑), 웃으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 아 지금 같이 복 받은 세상에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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