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만 보면 鄭(정몽준)인데…”

서울 민심 들어보니
서민 대 재벌 구도 뚜렷
“정책 따져볼 것” 의견도

박원순, 시민 소통 강점
정몽준, 추진력·힘 호평
시각 따라 호불호 갈려

[천지일보=임문식, 정인선 기자] “국회의원 오래하고 부유한 그 양반이 서민 심정을 얼마나 알아주겠수.”

14일 오전 9시경 서울광장 잔디밭 위. “차기 서울시장으로 누구를 찍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심 없다”며 지나쳤던 그가 몸을 돌렸다. 허연 먼지가 풀풀 날리는 작업 바지 차림을 한 이모(56, 중랑구 중화동) 씨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아들의 ‘국민정서 미개’ 발언을 거론했다. 그는 “마인드(마음)가 그러니, 있는 사람이나 위하지 서민이나 없는 사람을 위할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선 “인권변호사로서 서민의 아픔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며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의 모교인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야당의 박원순 시장 대 여당의 정몽준 후보 대결로 결정된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서울 민심 속에 드리워진 ‘서민 대 재벌’ 구도는 뚜렷했다. 박 시장은 서민 이미지로, 정 후보는 재벌 아이콘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계급투표로 흐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시장의 장점으로는 시민과의 소통 능력이 주로 꼽혔다.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정 후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그 반대였다. 능력과 추진력에선 호평이 나왔지만, 서민과의 소통 능력이나 정책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렸다.

정재윤(69, 용산구 이촌동) 씨는 “서민 정책은 박 시장이 잘했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 후보에 대해선 “기업가 스타일이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현대중공업 운영하듯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펼 것 같다. 부유층에만 혜택이 있지, 서민층은 혜택을 못 볼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선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정몽준이 될 것 같은데…”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김진숙(41, 여, 송파구 장지동) 씨의 평가도 비슷했다. 그는 “박 시장에게 큰 성과는 없지만, 시정을 잘해왔다”며 시민과의 소통 능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정 후보에 대해선 “재벌 이미지”라며 평가를 다소 박하게 내렸다.

성동구 옥수동에 사는 강모(58) 씨는 박 시장에 대해 ‘깨끗한 이미지’는 가졌지만, 추진력은 부족한 인물로 묘사했다. 정 후보에 대해선 “파워가 있고, 추진력도 있을 것 같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 15일 오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적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민심엔 박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도 작동하고 있었다. 30대 미혼 여성인 예선연(동작구 본동) 씨는 “박 시장이 시정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재선이 되면) 실수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대생인 권모(24, 광진구 자양동) 씨도 “박 시장의 시정 운영에 신뢰가 간다”고 답했다. 시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박 시장의 연임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와 달리 신모(62, 여, 성북구 삼선교) 씨는 “박 시장이 잘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며 정 후보를 지지했다.

정당 대신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투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용산구 삼각지에 사는 김모(58, 여) 씨는 “새누리당에서 박 시장과 얼마나 차별화된 정책을 들고 나오는지 따져보고 누가 더 시정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찍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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