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 새벽녘에는 아직 쌀쌀하지만 살갗을 에는 기세등등하던 북풍 은 이제 살랑살랑한 봄바람에 자리를 내준 듯하다. 집주위에는 벌써 봄내음이 물씬 난다.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 쾌청한 하늘에 햇살이 따뜻한 지난 주말, 집 앞 산책로 개울에는 버들가지에 싹이 움트고 풀잎들이 새로 돋아났다. 겨울동안 눈과 얼음에 덮여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체들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매년 맞게 되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은 예년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2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치동계올림픽 직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동계올림픽 기간 밤잠을 설쳐가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에 환호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의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에 분해서 새벽잠을 설쳐야했다. 쇼트트랙 박승희의 투혼은 감동적이었다. 두 번이나 넘어지고 동메달을 딸 때는 안타까워하다가 회심의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 때는 짜릿한 환희의 순간을 맛봤다. 여느 동계올림픽보다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가슴을 졸이게 한 대회였다. 지난 1990년대 이후 한국이 본격적으로 금메달을 따기 시작한 동계올림픽에서 이번만큼 짜릿짜릿한 대회는 없었던 것 같다.

올림픽 영향 때문인 듯,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났다.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물론 국가대표를 처음으로 출전시킨 컬링과 스키 모굴 등을 배우려는 초중등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4년 후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적극적인 도전의지와 열정을 갖고 빙판과 스키장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법. 스포츠도 계절적 요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3월은 동계스포츠에서 하계스포츠로 넘어가는 분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좀 특별한 느낌이다. 지난겨울을 뜨겁게 보냈던 만큼 이번 봄은 일단 상당히 차분하게 맞고 있다. 전례 없는 동계올림픽이라는 큰일을 치르고 난 뒤의 허탈함이라고 할까. 신문과 방송 스포츠뉴스서 야구, 축구 기사 등이 많아지고 있지만 특기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월드컵 축구대표팀과 홍명보 감독의 브라질월드컵 전략,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추신수의 스프링캠프 동향,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막판 레이스다툼 등을 다루고 있다. 큰돈을 놓고 벌어지는 연봉 줄다리기도 뜸하고, 특급 스타플레이어들의 일탈과 사건, 사고 등도 없다. 비록 여름철 종목의 새봄맞이가 평온한 듯 보이지만,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면 탄탄한 동력을 받을 것이다.

대학 및 고교스포츠는 서서히 여름철 종목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의 주종목인 축구, 농구, 배구는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순차적으로 열리는 봄철대회 개최 작업에 여념이 없다.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과시간 이후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를 벌이기로 한 총장협의회 방침에 따라 각 대학교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 속에 학교와 개인의 명예를 위해 투지 넘친 경기를 벌일 것이다. 고교스포츠는 고교생 특유의 패기와 열정을 갖고 육상을 비롯한 기초종목과 축구 등 구기 종목 등에 걸쳐 다양한 전국 및 지역대회가 매주 이어질 것이다.

올해는 6월 브라질월드컵 대회에 이어 9월 인천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이벤트가 벌어져 여름철 종목들이 뜨거운 한 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 선수들은 더 높이, 더 멀리, 더 힘차게라는 모토 하에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건강하고 당당한 스포츠맨십의 정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키워온 스포츠의 힘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과 선수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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