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이건 아니잖아?”

몇 년 전 TV 개그프로의 한 코너가 전파시킨 유행어다. 이 말이 이라 할 정도다. 전격적이고 놀랍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의 신당 합당 선언? 선거기획통이자 전략통인 김 대표의 협상력은 그렇다손 치자. 친노 강경파 그룹에 치어 당권 유지를 위해 끌어들일 새 우군이 필요했던 역학구도에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정치공학적 연대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안철수식 새 정치는 어쩌란 말인가. 말이 창당이지 사실상 민주당에의 흡수 통합으로 여겨진다. 심한 표현인 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엔 대형사고같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의 정치에 대한 반발,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새로운 발상에서 발생한 것 아닌가. ‘100년 정당은 어디로 갔는가. ‘철수정치인가, ‘철새 정치인가.

왜 그랬을까. 여러 난관에 봉착했었던 듯하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새정치연합에 새 정치가 없다는 비판. ‘무공천카드가 새 정치? ‘구 인물만 있고 새 인물이 없다는 지적. 인재영입의 어려움. 뚜렷한 조직력의 한계. 창당을 위한 자금도 궁했다(안랩 주식을 처분하면 필요한 돈이 충분히 마련되었겠지만 그런 큰 배포까지야.) 여기에 지지율 추락이 안 위원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을까. 불과 얼마 전 어렵사리 동참시킨 이 시대의 책사윤여준 공동위원장의 낯이 어색하고 뻘쭘하게 됐다. 윤 위원장은 한나라당에도 몸담았고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선봉에도 섰던 인물이다. ‘새 정치의 꿈을 불태우던 김성식 전 의원도 난감하게 됐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핵심 당료를 지냈던 인물. 무언가 뒤죽박죽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안 위원장의 (U)은 처음이 아니다. ‘(U)이라는 표현은 유권자가 예측가능한 동선을 일탈했다는 뜻이다. 백의종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를 저버리고 뜻밖의 길로 가버렸다는 말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의 기억. 거의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돌연 포기하고 박원순 현 시장을 밀어줬다. 지난 대선 때도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후 불과 66일 만에 눈물을 흘리며 사퇴했다.

새 정치 실험은 패퇴했는가. ‘새 정치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실기(失機)한 느낌이 없지 않다. 돌이켜보면 창당은 2011년이 적기였다. 대선에 앞서 서울시장에 도전했어야 했다. 2012년도 아쉬웠다. 상반기에라도 창당하고 이른바 새 정치를 위해 올인했어야. 표 숫자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정치 개혁을 위해 올곧은 외길을 걸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 아름다운 발걸음으로 비쳐질 수 있었고 계속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명분 없는 도로 민주당으로의 야합식 창당이 무어란 말인가. 그의 존재가치를 거의 상실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현재 얼굴 표정이 처음 정치권에 뛰어들 때와 사뭇 다르다. 그의 낯빛은 산전수전 다 겪은 뒤 거의 정계은퇴를 앞둔 듯한 노()정객의 그것 같아 안타깝다. 초심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괜히 정치를 시작했다는 후회가 담긴 것일까. 주위에 사람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해도 주위의 자문을 잘 듣지 않는 것만 같다.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엄청난 실망감. 차라리 험한 정치판에 발 자체를 들여놓지 말았더라면, 차라리 학자로나 교육자로 매진했더라면.

신당 창당의 최대의 피해자는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들이 아니다. 정치개혁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이다.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들이야 신당이 몰고 올 역풍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올라타느냐에 달려 있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안팎의 도전을 다 이겨내야 한다. 외부의 적이야 현직 프리미엄을 지닌 박원순 시장이다. 내부 변수는 박심(朴心)’과 친박계의 견제. 그가 당선돼 유력한 대권주자로 용솟음치면 현 정권이 조기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친박계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짜 도전은 그의 역량이다. 울산에서 그랬듯 서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능력과 진정성이 그에게 있느냐이다. 김황식 전 총리는 치밀한 행정수행능력과 야당의 텃밭을 공략할 수 있는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MB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낼 때 4대강 옹호론자였다는 점은 감표 요인이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유일한 여성후보로 서울시민의 민생문제를 해결할 경제정책통이라는 점이 강점이어서 컨벤션 효과가 기대된다.

지방정부 수장으로 행정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대통령직 수행에 소중한 자격요건 하나를 갖추는 셈이다. 김문수(경기) 홍준표(경남) 김진선(강원) 안희정(충남) 지사와 강운태 광주 시장 등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경기도에서 맞붙는 새누리당의 남경필, 신당의 김진표 원혜영 의원, 김상곤 경기교육감도 마찬가지다. 부산 등 다른 지역 주자들도 그렇다. 누가 당선되어도 2017대선을 앞두고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국민의 큰 관심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2% 부족이다. 아직은 아무래도 큰 생각, 큰 인물, 큰 정치를 고대하는 국민의 시선을 딱 한군데로 모아주지는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큰 정치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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