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총파업투쟁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요대학 청소·경비 비정규직 1600여명 총파업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해가 뜨기 전인 새벽 4시 30분 A(67, 여)씨의 하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시작된다. A씨는 이 학교의 환경미화 노동자다. 원래 출근 시간은 6시지만 일이 많아 환경미화 노동자 대부분이 첫차를 타고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

전날 학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강의실 여기저기에 쌓여 있다. A씨는 적막한 강의실에 라디오를 켜고 빗자루와 대걸레, 물걸레를 이용해 강의실이 윤이 나도록 청소를 한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한 건물의 한 층을 맡아 청소하는데 한 명당 8~11개의 강의실을 담당한다.

허리를 굽혀 바닥을 쓸고 닦고 하다 보면 오전 9시 강의실 청소가 마무리된다. 강의실은 언제 더러웠냐는 듯이 말끔한 모습이다. 이후 노동자들은 식사시간을 포함해 1시간 정도 휴식을 가진다. A씨를 포함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식대는 한 달에 7만 원. 하지만 주 5회(한 달 4주 기준) 근무 시 하루 두 끼(아침, 점심)로 나누면 한끼 식비는 3500원이다. 노동자들에겐 배고픈 금액이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우고 분리수거 한다. 또 화장실의 휴지가 있는지, 막힌 곳은 있지 않은지를 점검한다. 이렇게 쉴새 없이 청소하다가 허리를 한 번 펼 때가 되면 퇴근 시간인 4시다.

11년간 이 학교에서 환경미화 노동자로 일해 온 A씨는 “학교 구석구석 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며 “그만큼 우리도 이 학교의 가족으로서 자부심과 애착으로 꼼꼼하게 청소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위생과 청결을 책임지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청소도구 대신 현수막을 손에 쥐고 교정을 나섰다. 이 학교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주 40시간 일하고 시급 5700원을 받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고, 지난해까지 진행됐던 토요일 특근이 없어져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미화 노동자 대부분이 용역업체로 고용돼 학교 측에 간접 고용된 상태다. 이들은 지난 11월부터 3개월에 걸쳐 임금 인상과 관련해 용역업체 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인상할 수 없다”는 내용의 동결안뿐이었다.

더구나 지난 5일 진행된 8차 교섭에서는 관련자들이 “학교 측과 조정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한명씩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덕분에 교섭에 참석한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8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임금 인상 문제는 용역업체를 고용하고 있는 학교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5일 진행된 졸업식에서는 총장에게 항의하는 환경미화 노동자들 간의 몸싸움도 있었다.

서울 지역 다른 학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에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경인지부는 내달 3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5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사측과의 집단교섭이 결렬된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고 3주간 조정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고려대,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 14곳이다. 이날 1600여 명의 대학의 청소·경비 비정규직이 참석한다.

이와 관련된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이들은 “서경지부 소속 비정규직들이 20여 개 용역업체의 교섭위원들과 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사측이 동결안을 고집해 예정대로 25일 경고파업에 이어 3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사측 교섭위원들이 교섭과 조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가능했던 것은 원청 사용자들이 용역업체 뒤에 숨어 비정규직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연구실장은 “환경미화‧경비 노동자 문제는 고령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이라며 “노사 관계 쟁점으로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으로 어떤 식으로 해결되느냐가 중요할 것”고 말했다.

이어 한 실장은 “고용 노동자들이 이중 삼중으로 간접 고용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가 모호하다. 각종 욕설 성희롱까지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규제가 안 되고 있다”며 “고령노동시장의 문제이니만큼 특히 정부나 시가 관심을 가지고 임금문제를 해결하고 대학도 고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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