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이 광

잠깐을 머물다 갈 길손인 걸 알면서도
새가 막 자릴 뜨자 나뭇가지 요동친다

한 사람 길을 떠나는
하늘이 참 푸르다

[시평]
이백(李白)이라는 중국의 시인이 말을 했던가. 이 우주는 만물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관이요, 세월은 백 대를 지나가는 과객이라고. 이 과객인 세월과 함께 우리네 삶도 역시 우주라는 여인숙에 잠시 머물렀다가는 이내 떠나야 하는 길손임에 틀림이 없다.
한 사람이 유명(幽明)을 달리하여, 이제 발인을 한다. 한 생애가 이제 다하고,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그 출발을 서두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0년 안팎의 삶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한 생을 접고 나니, 그 많고 많음이 결코 많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다만 살기 위하여 행하였던 것으로, ‘삶’이라는 한 글자로 모든 것이 축약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가 막 자릴 뜨자 나뭇가지 요동친’ 것은 아닌지. 그래서 ‘한 사람 길을 떠나는 하늘이 그렇게 푸르기만 한’ 것은 아닌지. 아아, 그러나 어느 누구든, 그 한 생애 어찌 보면 그렇게 간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리라. 요동치는 나뭇가지 마냥, 푸르른 하늘 마냥, 아련하고 또 깊고 깊은 것, 이러함이 우리네 생애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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