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29세의 나이에다 키 170, 몸무게 65의 왜소한 체격은 그의 올림픽 금메달을 더욱 빛나게 했다. 빙판에서 그의 모습은 아주 작아 보였지만, 험난한 여정을 극복한 그의 인간 승리는 너무나 크게 보였다.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 한국 이름 안현수이다.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서 금메달을 따내자 한국과 러시아에서 그에 대한 신드롬 현상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상에서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우승에 대한 글로 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안현수가 우리나라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선 TV와 신문 등 언론 등이 빅토르 안이 러시아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며 그의 우승에 잔뜩 흥분해 있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 페이스북 커뮤니티페이지에 러시아 국기를 든 안현수 사진을 올려놓고 그를 영웅으로 인정했다. 특히 국내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안현수 개인에 대해서는 우승을 축하하면서 대한빙상연맹을 성토하는 분위기이다. 빙상계의 파벌싸움과 갈등으로 인해 귀화를 선택했다는 안현수 관련 이야기가 온라인상에 많이 올라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러시아가 지원해준 7가지, 한국이 지원해 준 3가지가 그것이다. 러시아가 지원해 준 7가지로 연봉 약 18천만 원과 생활비 지원 한국에서 같이 훈련하는 스태프들 러시아로 스카우트 일반인 여자친구를 국가대표 자격으로 인정해 줌 러시아어 개인교사 붙여줌 월드컵에서 안현수에게 욕한 네덜란드 선수를 푸틴이 국제 연맹에 요청해 실격시킴 러시아 대표로 야구딘과 안현수가 초청됨 은퇴 후 모스크바 대학교수와 지도자 자리 보장 등을 들었다.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러시아가 안현수를 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이 지원해 준 3가지는 금메달 양보 안 해준다고 8시간 감금폭행 부상회복 중 사전에 통보 없이 갑자기 대표선발전 일정 변경 선수시절 귀국 인터뷰에서 연맹 측에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자 연맹관계자와 아버지의 주먹다짐 등을 지적했다. 이것도 일부는 실제와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틀리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안현수를 다르게 대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안현수 문제는 인재관리에 대한 양국 간의 인식차이를 확연히 드러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은 인재의 소중함을 소홀히 해 오히려 인재유출을 자초했으며, 러시아는 한국에서 키워낸 인재를 받아들여 나름대로 최고 대우를 해주며 자신들의 국가적인 인적 자원으로 키워냈다는 점이다. 이는 인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국가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만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사회에서 국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제시해 주었다.

안현수 문제는 스포츠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인재관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수년 전 줄기세포 복제사건으로 국가적인 논란을 빚게 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도 안현수 문제와 유사한 경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황우석 교수가 러시아로 가거나, 심지어 일본으로 간다면 우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다행히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에 하나, 안현수와 같이 황우석 교수도 떠난다면 우리는 어떠한 말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안현수 문제처럼 우리의 부족한 인재관리를 탓하고 있지나 않았을까 싶다.

이번 안현수 문제를 기화로 삼아 앞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인재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