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청춘의 십자로’.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영화·대중음악사에서 희귀본으로 평가받는 ‘가요반세기’ 발굴·수집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한국의 무성영화를 대표하는 ‘청춘의 십자로’부터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피에타’까지.

영화학자와 평론가, 영화계 종사자 등 영화관계자 62명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이 발표됐다. 더불어 한국 영화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희귀본 ‘가요반세기’가 발굴돼 대중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역대 최고의 한국영화 100을 선정, 발표했다. 한국영화 100선은 국내외 한국영화 팬들에게 한국영화 대표작을 소개하고 한국영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에 선정된 한국영화 100선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영화 100선은 순위 고려 없이 제작년도 순으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득표수 상위권의 작품들에 한해 그 순위를 공개했다.

순위가 공개된 작품은 총 12편이다. 공동 1위는 1960년 제작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 1961년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1975년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차지했다.

이어 1956년 한형모 감독 ‘자유부인’, 1961년 강대진 감독 ‘마부’, 1974년 이장호 감독 ‘별들의 고향’, 1980년 이장호 감독 ‘바람불어 좋은날’, 2003년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1961년 신상옥 감독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75년 김호선 감독 ‘영자의 전성시대’, 1983년 이장호 감독 ‘바보선언’, 1993년 임권택 감독 ‘서편제’ 순이다.

21세기 작품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유일하게 탑 12위 안에 들어 눈길을 끈다.

수십 년간 여러 조사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오발탄’이 이번 한국영화 100선에도 어김없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례적인 것은 ‘하녀’와 ‘바보들의 행진’이 공동 1위에 오른 것.

▲ 영화 ‘가요반세기’.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리얼리즘과 1960년대에 치중됐던 한국영화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선정 작품을 감독별로 살펴보면 임권택 감독과 이만희 감독의 작품 수가 상위를 차지한다.

그 중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 7편으로 최다 선정 작품 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100선 발표와 더불어 반드시 찾아야할 ‘잃어버린 한국영화’ 목록도 공개됐다.

이 목록에는 한국영화의 정전과도 같은 작품으로 화자되지만 아직까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과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만추’ 등이 올랐다.

또 한국영상자료원은 그동안 기록 보존이 취약했던 한국 대중음악사를 담은 1968년 김광수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요반세기’를 발굴했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한국 대중가요 반세기를 집약한 기록물인 ‘가요반세기’는 남인수․고복수․백년설․현인․최희준․이미자․패티김․남진 등 한국 대중가요 최고 스타들의 생생한 당대 활동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녹화 테이프의 가격이 매우 비싸 녹화된 영상을 지우고 재활용하는 방식이 흔했기 때문에 유사한 영상은 거의 남지 않은 것으로 다수 가요 관계자들은 보고 있어 이번에 수집․발굴된 ‘가요반세기’의 희소성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또 비교적 깨끗한 화질과 음질을 자랑해 특별한 복원 과정 없이 대중과 만날 수 있다.

‘가요반세기’는 디지털화를 거쳐 오는 3월 영화 및 음악 관계자 초청 상영회를 가진 후 5월에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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