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 해가 비친 한반도는 아직도 차갑다. 남북관계가 여전히 긴장국면을 벗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에 따른 여파다.

남북 양측은 새해 벽두부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북침핵전쟁연습을 벌여 사소한 우발적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은 엄청난 핵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일 “적이 우리의 능력과 태세를 시험하고자 한다면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선 “장성택 처형 등 공포정치로 1인 독재체제 강화를 시도하는 불안정한 북한 정세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북한은 새해에도 내부결속 목적 또는 군부의 충성경쟁 등으로 도발해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단지 그것뿐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남북관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북한 탓으로만 돌리고 손 놓고만 있다가 스스로 빗장을 꽁꽁 잠가 놓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북한 정세와 관련해서는 여러 전망과 분석이 존재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가 ‘북한이 도발할 것’이라는 식으로 나가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긴장을 조성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정책인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불안한 정세를 뒤로 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엔 남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당국이 정치적인 문제로 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민간단체, 종교단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안보를 굳건히 세우면서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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