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우리에게 익숙한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딱 맞는 말이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2014년 올해 희망하는 사사성어를 물었더니 27.5%가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택했다고 한다. 전미개오는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허위와 왜곡, 속임과 억지의 미혹에서 벗어나 올해만큼은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이 사저성어를 선택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입만 열면 악취를 풍기는 꾼들

철도노조 파업이 파국으로 치닫다가 막판에 대타협의 전기를 마련했다. 모처럼만에 정치권이 제 역할을 했다. 아니 정치권 전제로 보면 오판이다. 정확하게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의 공이 절대적이다. 싹을 틔운 쪽이 박기춘 의원이라면 꽃을 피우게 한 쪽은 김무성 의원이다. 막장정치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 본연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두 의원의 노력에 청량감마저 든다. 열 번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지난해 우리 정치를 비판할 때 일각에서는 ‘정치실종의 시대’로 표현한다. 그러나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막장정치’에 다름 아니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 해의 한국정치가 이랬으니 국정운영인들 제대로 되었겠는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막말과 거짓, 억지와 궤변이 난무했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온 몸으로 맞서는 형국이 거의 1년째 이어졌다. ‘원칙’은 힘 있는 자의 논리요, ‘법치’는 힘 있는 자의 무기였다. 반면에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악을 썼다. 읍소도 하고 저항도 하고 때로는 비명도 질렀다.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예쁘게 보일 리가 없다. 힘 있는 자들 가운데 일부는 더 험하게 짓밟았다. 차라리 죽으라고 말이다.

정치가 실종된 바로 그 자리, 아니 막장정치의 중심에는 힘 있는 세력의 몇몇 행동대가 있었었다. 아무리 셈을 해도 그들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그들이 박근혜정부 첫 해의 한국정치를 농단한 주범들이다. 입만 열면 거품을 물고 반대세력을 공격했다. 악취를 풍기며 막말을 쏟아냈고 궤변으로 진실을 농단했다. 여기에 맞서는 저항세력의 입도 그리 곱지 않았다. 수준 이하의 맞대응은 차라리 침묵보다 못했다. 지난해 한국정치는 이런 식으로 작동된 셈이다. 막장정치, 그것도 딱 맞는 말이다.

교수신문이 전한 내용을 보면 올해 희망하는 사자성어 가운데 23.8%로 2위를 차지한 것이 격탁양청(激濁揚淸)이라고 한다. 흐린 물을 씻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사실 필자는 전미개오보다 이 말이 더 좋다. 지난해 한국정치를 막장정치로 변질시킨 흐린 물을 씻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한다면 비로소 정치가 곧 정의가 된다(政者正也). 정치복원이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 해가 바로 2014년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박근혜정부 2년차의 과제는 지난해보다 더 엄중하다. 첫해에 실패한 국정과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내년은 더 어렵다. 당장 새누리당부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물론 오는 <6.4 지방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그런 일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올 해는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한 정점의 타이밍이다. 그렇다면 여권 스스로 몇 명의 흐린 물을 씻어내야 한다. 그들이 설치는 막장정치를 더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다음 수순은 다음 총선에서 국민이 씻어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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