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15일 거행됐다.
고향인 쿠누에서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엔 만델라의 유족을 포함해 영국 찰스 왕세자 등 수천 명의 조문객이 몰렸다고 한다. 만델라가 생전에 세계인으로부터 얼마나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인물인가를 보여준다. 평생을 남아공 민주화 투쟁에 헌신했던 그가 인류사회에 남긴 정신적 유산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918년 태생인 만델라는 남아공의 뿌리 깊은 흑백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항거하다 27년간 옥살이를 했다. 1990년 72세로 석방된 그는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남아공 최초 흑인대통령에 당선됐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그는 백인들에 대해 역차별과 정치적 보복을 하는 대신 포용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히려 반대파를 요직에 기용하는 관용도 베풀었다. 또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를 결성하고 용서와 화해를 전제로 과거사 청산을 했다.

만델라의 정신은 각종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파적 이득을 위해 지역과 세대,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보복 반복, 공공기관장의 줄 교체, 정권의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 관행 등이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 아닌가. 이 모두가 반대파의 싹을 자르기 위한 행동이다.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의식이 정치를 경직시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피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대파에 보복 대신 화해와 용서의 미덕을 베푼 만델라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고, 요직에 자기 사람만 심는 관행은 수준 높은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델라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17일 국회에선 만델라 추모예배가 한국 교계, 정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델라의 이름만을 기리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만델라가 남긴 유산을 이어받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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