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더욱 빠르게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 갈등,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 등 한미중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이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중국에 대한 방공식별구역 철회 요구와 한국 방공식별구역의 이어도 확대 등을 놓고도 상당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외교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해가 대립하는 한미일중 사이에서 우리가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일본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계기로 집단적자위권 추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걸려 있는 우리 측으로서는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한중 우호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중국에 대해서도 관계 유지와 안보 확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 새해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을 11년째 넘기고도 여야의 ‘치킨게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타협도 양보도 보이지 않는다. 민생을 볼모로 한 당리당략만 남아 국회를 마비시키고도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는 행태가 볼썽사나울 정도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 건수가 2일 현재까지 하나도 없다는 건 정치권이 얼마나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엔 여야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외세의 침략이 대부분 불안한 내정 속에서 이뤄져 왔다는 사실은 역사의 교훈이다. 임진왜란 때가 그랬고 일제침략 때가 그랬다. 외세 침략의 마수가 눈앞에 뻗쳤는데도,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서 대응하기보다는 당파싸움에 바빴다. 그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는 동북아 외교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공조하고 국익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제 밥그릇만을 챙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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