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앞서 간 19세기 후반의 천재 작곡가 에릭사티의 삶과 음악을 다룬 음악극 ‘에릭사티’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지난 22일 대학로예술의극장 대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음악극 ‘에릭사티’는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클래식한 감성을 선사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세기엔 괴짜로, 21세기에는 천재로 기억되는 ‘에릭사티’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며 손가락질하는 인간의 이중적 잣대는 19세기에도 21세기에도 별반 차이가 없다.

19세기 파리,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괴짜로 불리던 사나이, 남들과는 다른 예술혼을 불태운 남자 에릭 알프레드 레슬리 사티. 시대를 앞서 간 19세기 후반의 천재 작곡가 에릭사티의 삶과 음악을 다룬 음악극 ‘에릭사티’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지난 22일 대학로예술의극장 대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음악극 ‘에릭사티’는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클래식한 감성을 선사한다.

19세기 인정받지 못한 천재 작곡가 에릭사티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그린 ‘에릭사티’는 미니멀한 사티의 음악 세계를 표현하면서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창작의 고통을 표현하는 서정적인 장치와 흑백의 공간 속에 빛나는 몇몇의 칼라로 사티의 무의식을 표현한다.

‘에릭사티’의 연출은 맡은 박혜선 씨는 “파리의 에펠탑은 당시 흉물이라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대세를 강요하는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것을 찾아가는 주인공 에릭사티와 태한의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음악극인 만큼 에릭사티의 다양한 음악이 공연 전반에 녹아들어 공연 내내 몽마르뜨 언덕 어딘가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에릭사티’에서는 편안하면서 신비로운 음악들인 ‘짐노페디’ ‘그노시엔’ ‘쥬뜨부’ ‘벡사시옹’ 등 에릭사티의 음악과 정민선 음악감독의 창작곡이 심금을 울린다.

시대를 앞서 간 에릭사티에게 19세기는 너무나 냉정했고 이에 더욱 그의 작품 속에는 급진적이며 시대반항적인 사상이 투영돼 있다.

평생 가난과 고독, 냉대 속에서 살아야 했던 처절한 삶과 한편으로는 끝까지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치며 세상에 맞섰던 그의 도전정신은 21세기에서 천재 작곡가라는 평을 받게 한다.

르느와르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했던 여인 수잔 발라동, 파리 몽마르뜨 예술가들의 뮤즈였던 그녀만 평생 사랑했던 에릭사티.

누구도 인정하지 않던 사티의 특별함을 알아본 영화감독 장콕도, 화가 피카소, 작곡가 드뷔시, 공연기획자 디아길레프, 이들의 아지트인 19세기 최초의 예술 캬바레 검은고양이와 카페 라 로통드 등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에릭사티의 이야기가 음악극 ‘에릭사티’로 펼쳐진다.

지난 2011년 초연과 비교해 2013년 ‘에릭사티’는 그의 음악이 담고 있는 서정성을 기본으로 잡았다.

미래에서 온 태한을 만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겪지만, 그것은 창작의 고통과 함께 기쁨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번 무대와 의상에서는 초연에서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칼라와 이미지들이 선사된다. 그림자 노라이, 자이언트 퍼펫, 마임, 발레 등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접목한 에릭사티의 실험정신을 공연에서 보여준다.

또 1917년 프랑스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초연됐던 발레극 ‘파라드’를 오마주 한 장면의 삽입은 근대예술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음악극 ‘에릭사티’는 정밀하면서도 세련된 연기로 에릭사티로 완전히 분한 배우 박호산, 영화감독 ‘태한’역에 김태한이 맡아 열연한다. 여기에 배우 한성식,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나는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왔다”며 자신을 평한 에릭사티. 그의 절절한 예술혼과 ‘다름’을 두고 손가락질했던 19세기 사람들의 모습 등 시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판타지는 오는 12월 1일까지 펼쳐진다. 티켓은 VIP 7만 원, R 5만 원, S 3만 원으로 인터파크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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