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구에 실시 ‘이례적’… 내년 가족문제 관련 교회회의 준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교황청이 전 세계 교구를 대상으로 동성결혼과 이혼, 피임 등 가족 관련 쟁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설문에는 동성결혼과 동성애 문제, 이혼, 피임 등 천주교 교리와 충돌을 일으켜온 다양한 쟁점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1일 미국 천주교 신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 National Catholic Reporter)는 교황청이 지난 18일 각국 국가 주교회의에 이 같은 가족 문제 관련 설문지를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이 직접 나서서 전 세계적 규모로 이런 설문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10월에 개최하는 가족문제 관련 교회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미국 가톨릭계 90%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낙태 관련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설문의 결과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미국 커네티컷에 위치한 퀴니파악대학교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지지율은 68%에 달한다. 응답자의 23%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사에 잘 참석하지 않는 신자들은 더 지지율이 높아 70%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 예수회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낙태, 피임 방식, 동성애 이슈들에 대해 주장할 수 없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언급할 때에는 문맥(context) 속에서 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사람이 내게 도발적인 태도로 ‘동성애를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실 때, 사랑으로 이 사람의 존재를 지지하실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면서 그를 심판하실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응답자의 36%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점에 대해 ‘매우 호의적’, 53%는 ‘호의적’이라는 입장을 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응답자가 89%에 달했다. 단 4%만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미국 가톨릭 신자 중 60%가량이 ‘(자신의 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NCR에 따르면 로렌조 발디세리 바티칸 교회회의 사무총장은 각국에 설문지를 보내면서 “현지의 반응을 들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널리 사제 및 교구들과 공유해달라”며 내년 1월까지 답변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바티칸 교회 수뇌부가 ‘풀뿌리’ 단위 현장의 의견을 묻는 게 지난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회의 체계가 확립된 이후 처음이라고 NCR은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로마가톨릭 사제들의 동성애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남미의 한 가톨릭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 지역 종교인 연합’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게이로비(교황청 내부에서 동성애자 성직자를 협박하거나 편애하는 것)의 존재 사실을 인정해 충격을 줬다.

게이로비는 지난 2월 이탈리아의 언론매체가 처음으로 보도해 화제가 됐으며 ‘바티리스크’에 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티리스크는 바티칸과 위키리크스를 합성한 말로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3명의 추기경에게 만들게 한 비밀보고서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