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사안이 심히 중대하다. 지난 대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점점 더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SNS팀의 트위터 논란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이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장에 추가시켰던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내부 보고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물러나고 말았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에 담당 수사팀장이 전격 퇴출되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윤 전 팀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직접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장의 증언이다.
누가 왜 대선불복을 말하나

윤석열 전 팀장이 증언한 외압의 실체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단정키는 어렵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소행일 것이다. 그러나 끝내 진실의 일단은 은폐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은폐나 축소를 도모했던 사실이 폭로되고 말았다. 이것이 핵심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끝까지 추적해 실체를 밝혀야 할 상황에서 누가 무엇이 두려워 그 진실을 덮으려 했을까. 검찰 특별수사팀에게까지 외압을 넣을 정도의 그 엄청난 권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제 싸움의 성격은 국정원 대선 개입이 진실이냐 아니냐의 단계를 이미 넘어 섰다고 봐야 한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하겠지만 이제는 진실을 그대로 밝히려는 사람들과 이를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싸움으로 판이 이동한 것이다. 이 싸움은 절대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이 지는 싸움이다. 진실은 덮고자 해서 덮어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진실을 덮는 것은 결국 악의 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자. 언제까지 진실의 외곽을 때리면서 국정원 사건을 물타기 하는 것으로 정국을 이끌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국정원과 야당의 싸움에서 엉거주춤한 스탠스로 국정원만 옹호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국정원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라고 힘을 실어주기도 쉽지 않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국정원 트위터 사건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까지 터진 마당에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은 이 싸움, 어떻게 난국을 돌파할 것인가.

어쩌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괜찮은 그림이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이 사실이냐 아니냐, 또는 윤 전 팀장 중심의 검찰수사가 정당하냐 아니냐의 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 이미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선 때 국정원이 날린 정치관련 트위터 글이 5만 5천여 건이나 된다는 사실은 결정적이다. 그 사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파 할 것인가. 이 사건을 가늠하는 대결구도, 즉 프레임을 바꿔 보는 것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야권의 공세를 ‘대선불복’이라는 틀로 묶을 경우, 이 싸움은 새누리당이 유리할 뿐더러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괜찮은 프레임이다. 정서적으로 대선불복은 우리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뿐더러, 민주당에 큰 역풍으로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률적으로도 대선불복은 답이 없다.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민주당이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힐 경우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틈만 나면 “대선불복이냐”고 민주당에 묻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애써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도 그 늪에 빠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선불복, 그 프레임에 가두려는 쪽과 갇히지 않겠다는 쪽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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