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29만 원밖에 없다”던 말은 역시 거짓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 1672억 원 가운데 절반은 자진 납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차남 재용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장남도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등 직계 가족에 대한 압박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 측도 며칠 전 미납 추징금 230억 원을 모두 납부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전 대통령의 명예와 장군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며 미납 추징금 완납의 소회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도 전 전 대통령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의 절반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한 것은 미납 추징금 납부 측면에서는 분명 큰 진전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캐면 더 나올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간 돈 한 푼 없다며 뻔뻔하게 대응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괘씸죄’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다. 전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뇌물로 자신의 배를 채워 국민을 기망하고 우리 역사에 오점을 남긴 용납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특히 그는 “29만 원밖에 없다”면서도 옛 부하 10~20명을 거느리고 골프를 즐겨 논란이 됐다. 또한 여전히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면서 혈세를 축내는 모습도 시비거리가 됐다. 16년을 끌다가 지난 7월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된 후에야 일부 추징이 이뤄진다는 점은, 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법의 틈을 속속들이 알고 재산을 감추었음을 방증한다. 또한 왜 진작 이런 법을 만들어 진행하지 않았는지 답답함도 느끼게 한다.

1997년 당시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죄’ 확정 이후 추징한 금액은 2205억 원이었다. 이 중 이번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자진 납부하겠다는 미납 추징금은 800~10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검찰이 압류하거나 압수해 놓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800억 원 자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공개된 재산에 납부할 금액을 맞춰 마치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친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16년간 돈 한 푼 없다며 국민을 기망해왔음이 사실로 밝혀진 이상, 밀린 세금에 대한 이자까지 쳐서 받아야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추징금 자진 완납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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