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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발 항공특송화물에서 적발된 필로폰. (출처: 뉴시스)

통조림·국제우편 등 수법 다양

세관 적발 마약 총 2.5톤 넘어

올해 밀수범 1천명 ‘역대 최대’

세관 50곳 중 26곳 장비 없어

“마약탐지 인프라 확충해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마약 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 오염국’이 되고 있다. 국내와 연계해 외국에서 택배·우편 등으로 마약을 반입·유통하는 밀수 일당들이 활개치고 있어서다.

반면 마약 밀수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전국 세관 절반 이상이 마약탐지기(이온 스캐너)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마약류 대책 협의회에 따르면 이온 스캐너는 1억분의 1g이라도 마약이나 폭발물 분자가 있으면 찾아낼 정도로 정교한 데다 옷에 묻은 마약도 채취할 수 있어 마약 적발에 효과적이다. 반면 기존 X-RAY는 사람이 하나하나 판별해야 하기에 소량 마약은 탐지하기 어렵고, 성분도 알아낼 수 없어 갈수록 다양해지는 신종 마약을 판별해내기 쉽지 않다. 이에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대책 협의회에서도 이온 스캐너 보급 확대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강민국 의원실이 이날 관세청을 통해 받은 ‘이온 스캐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전국 50개 세관 중 수원·대전·통영·경남 서부 등 26곳의 세관이 이온 스캐너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온 스캐너가 1개밖에 없는 곳도 서울·목포·마산·경남 남부 등 10곳으로 전체의 25%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5년간 국제우편을 통해 밀반입된 마약 건수가 270건에서 780건으로 2.5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부산 국제우편센터는 이온탐지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화장품·인형 등에도 교묘하게 마약을 숨겨올 정도로 국내 마약 밀반입이 늘고 있는데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인프라는 미비한 것이다.

실제 수사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9월까지 마약 밀수범으로 단속된 자는 1103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전국 세관에서 적발된 마약의 양은 2톤이 넘는 2652㎏에 이른다.

이에 관세청은 주요 공항과 항만 세관에 먼저 중점적으로 이온 스캐너를 확보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이온 스캐너가 없는 지역에서만 물동량이 324백만건이 넘은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관문 역할을 하는 세관에서는 마약탐지 장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마약 근절을 위해 중요한 건 무엇보다 마약 자체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원천차단하는 것”이라며 “국내 마약 유통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국 세관에 마약탐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마약 신흥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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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캔 속에 들어있던 마약. (출처: 뉴시스)

밀반입 과정에서 수사당국 눈에 띄어 적발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 국내로 반입·유통되는 사례도 부기지수다. 게다가 최근 SNS를 통해 누구나 마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우리나라를 지칭했던 ‘마약 청정국’은 이제 ‘마약 오염국’이 돼 가는 게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범죄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59건에 불과했던 마약 관련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2335건으로 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의 국적도 같은 기간 31개국에서 71개국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외국과 연계된 범죄가 급증하다 보니 이젠 외국의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과 정보를 교류하고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여러 번에 걸쳐 공조 수사를 하는 경험을 통해 신뢰가 쌓일 때 수사가 더욱 신속 원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나 경찰이 나선다고 하지만 마약은 한두 기관이 맡아 한번 ‘반짝’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 기관들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한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의 노력도 필요하고 또 여러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와의 협력체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 간 정보 교류와 업무 협조 등 공동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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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꼬투리 안에 필로폰이 숨겨져 있다. (제공: 국정원)

#마약 #밀수 #세관 #탐지기 #이온스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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