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으로 고통 겪는 사람들
“끓는 기름 들이붓는 느낌 경험”
심각성 알리다 마약에 또 손대기도
마약사범 최근 5년간 5만명 검거
20대는 4년 새 약 2.5배 증가
“처벌 기준·인프라 확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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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영종도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관계자들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 수사로 적발한 케타민, 대마초 등 마약류 압수품이 놓여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우리 과에 OO랑 OO가 마약 한다는데 나는 아직 하기 겁나더라.”기자가 서울 도심 모 대학교 주변을 지나다 우연히 듣게 된 대화다. 과거 연예인, 조폭 등 특정 계층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던 마약이 일반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스며들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마약사범이 젊은 층을 위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번 중독에 빠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예방과 치료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마약 중독과 관련한 처벌 기준 마련과 치료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에 본지는 마약의 심각성을 알리는 각종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인원은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10대와 20대의 마약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0대 마약사범은 104명에 불과했으나 2021년 검거된 인원은 309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대 마약사범 역시 2018년 1392명을 기록했으나 2021년에는 3507명이었다. 4년 새 약 2.5배 증가한 셈이다.

◆“중독, 의지로 회복 불가능”

마약이 무서운 것은 한 번쯤 호기심에 투약했다가 중독돼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약 중독에 빠졌다 회복된 A씨의 사례를 보면 담배는 개인의 의지로 끊을 수 있지만 마약은 자신의 의지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A씨는 반성하는 의미로 경각심을 알리고자 마약 경험 후기를 올렸다. 후기에 따르면 A씨는 처음에 한두 번 대마초를 피우다 더 강력한 중독성을 찾게 돼 필로폰까지 투약했다. 약을 구하지 못할 땐 졸피뎀과 타이레놀 외 몇 가지 약을 가루로 섞어 투약하고 환각 증상을 좇았다.

A씨는 중독성이 너무 강해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마약을 하기 전 자산이 6000만원 정도 있었는데 필로폰에 손댄 이후 다 날리게 됐다”며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지자 약을 너무 하고 싶어 ‘은행 한 번 털고 그걸로 약 사서 다 투약하고 감옥 가야지’라는 계획도 세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과 담배의 차이점은 담배는 개인의 의지로 끊을 수 있지만 마약은 의지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반드시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이 경찰에 검거됐던 사건과 그 이후 상황도 부연했다. 그는 체폰된 후 경찰 수사에 협조하며 50명이 넘는 마약사범의 검거를 도왔다고 했다. 치료를 조건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에는 정신 병원에 입원해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구치소로 나온 직후 ‘필로폰을 한 번만 다시 하게 해주면 구치소에 다시 들어가도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마약 금단현상에 대한 부작용을 가끔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00원짜리 초콜릿 50~100개씩 사서 한 번에 다 먹기도 하고 불면증도 겪어 3~4일간 한 시간도 못 자다가 하루 몰아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절대 손도 대면 안 된다”라며 “손대는 순간 가진 행복·돈·가족·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레퍼인 윤병호(불리 다 바스타드)씨의 경우 마약 중독에서 회복됐다고 알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고등래퍼2’, ‘쇼미더미니’ 등에 출연한 바 있는 윤씨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 ‘스컬킹TV’를 통해 ‘래퍼 불 리가 말하는 펜타닐의 효과와 부작용, 약쟁이 래퍼들에게 가하는 일침!’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마약 혐의로 자수할 당시 “중학생 때부터 LSD와 엑스터시, 코카인 등을 했다”며 “마약을 다 끊은 후 자수했다. 모든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 위험성에 대해 “공익 광고에는 왜 마약을 하면 안 되는지 나오지 않는다”며 “펜타닐 부작용으로 호흡 정지가 온 것 등 내가 겪은 부작용에 대해 말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씨는 “펜타닐을 끊고 일주일 후 금단 증상이 시작됐는데 체온 조절이 안 되고 악몽을 꿨다. 피해 의식이 강해지고 누군가 조언해도 마약이 없으면 죽을 것 같다고 합리화했다”며 “2주 동안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느낌, 끊는 기름을 들이붓는 느낌이었다. 매일 토하다 위산 때문에 이가 없어 발음도 안 좋고 나도 모르게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걸 어머니가 말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 1년 6개월 동안은 정신적인 금단 증상 때문에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약을 한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를 계속 생각하고 죄책감에 고통스러웠다. 영혼이 잘려나가는 느낌”이라며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삶의 주인은 본인이 아닌 악마가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약의 심각성을 알리던 그는 지난 7월 초 인천 계양구의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입하고 필로폰 등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경찰에 체포됐다. 자택에는 필로폰 1g(3회 분량)과 주사기 4개가 있었으며, 체포 당시 윤씨의 팔에서는 필로폰을 맞은 주사 자국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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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밤 서초경찰서·서초소방서·서울시청·서초구청 공무원들이 합동 점검 및 단속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클럽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합동단속반은 최근 늘고 있는 마약 및 몰카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출처: 연합뉴스)

◆1년 반 동안 치료명령 단 28건

마약에 빠졌다가 처벌을 받고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재범할 확률이 높지만, 정작 법원은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 명령을 내리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사범 중 치료 명령을 함께 부과 받은 수는 2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사범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치료 명령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의 수는 2016년부터 2022년 4월까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9892명 중 156명에 그쳤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건, 2018년 8건, 2019년 60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56건, 2021년 23건,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는 5명으로 확인됐다. 2016년 개정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원은 집행유예를 내린 마약사범에게 마약중독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전문가는 치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재활·치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경찰·검찰 수사 또는 법원 재판 과정에서 마약 치료 전문가의 개입이 많지 않다. 따라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선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며 “또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사람마다 다르고 투약 동기에 대해서도 호기심인지 법적으로 알고 장난치는 건지 등 자세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마약사범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이들이 처벌을 받고 사회에 나와도 재활할 수 있는 센터나 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확충하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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