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호흡과 소통의 통로
워싱턴 포스트의 가치는 불변

인쇄술, 의식의 변화 가져와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 불러

 
흔히들 종이신문은 사양 산업이라고 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해 이미 온라인 미디어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스피드를 중시여기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오프라인(종이신문)보다 온라인 미디어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은 이가 있으니 바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다. 뉴욕포스트, 타임스, 폭스사 등을 소유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은 인터넷 신문의 유료화를 선언하며 2019년에는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공언했다.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세계 52개국 종이신문에 대해 연도별 사망선고를 내리는 등 많은 이들이 종이신문은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 전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넘어갔다. 미국 유력 일간지의 매각 소식은 미국 언론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실 워싱턴 포스트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10년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1달러에 매각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워싱턴 포스트에게 제프 베조스가 내민 손은 마치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아마존닷컴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주장도 일고 있지만,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에 경영진 및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생각하는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베조스는 편지를 통해 “워싱턴 포스트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신문의 의무는 사주의 이익이 아니라 독자를 위해 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권 및 기사 작성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종이신문은 사장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하는 행동이다. 아무리 온라인 미디어가 발달했다고 해도 종이신문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에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있었다.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종이신문이지만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 투자로 무려 1조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과 함께 최대주주인 버핏이 수익을 얻은 것이다. 버핏은 워싱턴 포스트에 30년의 장기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의 종이신문에 대한 투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버핏은 작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무려 66개의 신문사를 인수해 미국 신문업계의 유력한 투자자로 떠올랐다. 사실 버핏도 과거 신문은 사양 산업이라며 신문사는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2011년 고향의 ‘오마하 월드헤럴드’에 이어 미디어 제너럴 계열의 63개 일간지와 주간지 등을 인수했다. 그는 신문사들을 사들이면서 ‘신문이 갖는 잠재적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역신문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서 불가결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신문은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들이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대도시에서 발행되는 신문보다는 지역신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가령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 고등학교 야구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는 그런 정보를 전할 수 없다. 지역신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버핏은 신문이 독자들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언론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지역신문(종이신문)은 지역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앞으로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사실 종이신문, 즉 인쇄술의 발달은 역사를 바꾸어놓을 만큼 인류 최고의 발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나,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직지심경(直指心經)’과 같은 경우는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 빠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직지심경’은 유네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이미 그 인쇄술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인쇄술의 발달은 한정된 공간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의식의 변화를 몰고 왔다.

종이신문 또한 인쇄술이 전 세계, 인류에게 미친 영향과 다를 바 없다. 온라인 미디어가 줄 수 없는 종이신문만의 잠재적인 가치. 그것은 인류에 있어 꼭 알아야 할 사실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이자, 한 번 나온 신문기사는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얼렁뚱땅 얼버무리는 기사가 아닌 진정성이 있는 기사를 실을 수 있다는 것으로 신문의 내용은 역사가 심판한다는 사실이다. 종이신문이 갖는 이와 같은 위력을 믿는다면, 혹 알고 있다면 공정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쉽게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종이신문의 또 다른 영향력은 바로 공정한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도 함께 키워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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