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되기 이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논의돼 7개월간을 끌어온 ‘2013 세제개편안’이 8월 8일 정부에서 확정·발표됐는데, 이 개편안에서는 여러 세목 가운데 소득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소득세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득세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3.6%(2010년 기준)로 OECD 32개 회원국 중 30위로서 평균 8.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과 각종 비과세, 공제로 인해 근로소득자의 약 37%만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연유되어진다.
세제개편 시마다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은 공평한 과세였으니, 이번에도 비과세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로 전환하고,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을 OECD 회원국가와 비교하여 합리화하겠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예에 따라 대통령 보고와 여당과 협의를 마쳤지만, 새누리당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이견이 없었던 상태로 보인다. 그렇지만 직장에서 꼬박꼬박 소득세를 낸 납세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도 “서민과 중산층의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재수정 지시가 떨어졌고 기재부는 다시 원점에서 세제 개편을 고민하게 됐다.
국민 부담과 직결이 되는 세제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세금이 국가살림의 기본인 만큼 부득이하게 국민 부담을 주게 될 경우에도 불가피성을 진정성 있게 홍보하고, 겸손하게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재는 게 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라고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정부안에 대해 지원한 발언이 국민감정을 악화시킨 것이다. 조 수석은 “명백히 세목 증가, 세율 인상을 경제 활력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보고 거위에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던 것이 이번 세제 개편의 정신”이라 밝혔던 것인데, 이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의 세금정책을 이용한 말이긴 하나 속뜻이 다르다.
콜베르 재상은 세금의 예술을 말했지만, 그가 말한 본래의 취지는 “세금을 잘 거두려면 납세자들이 불평할 구실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지극히 당연하다.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이 납세자들의 세금이 늘어나 국민은 증세로 여김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아니다’는 원칙론을 고수했으니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으로 납세자들에게 염장을 지른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OECD 회원국의 사정과 비교해 밝힌 바대로 우리나라 국민의 세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인 현실에서, 이왕 박근혜정부에서 세제개편안을 마련한다면 근시안적 단편적인 것보다는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소득세·법인세의 과표 구간 조정,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탈루방지책 등 종합적인 세제 개편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저세금 고복지’를 내심 바라는 국민인식의 변화를 위한 설득과 함께 공평하고 투명한 세금이 부국의 근본임을 겸손하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