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도서관이 최초 공개한 정조 9년(1785년), 서북진병마첨절제사 윤빈의 해유문서. (사진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천지일보=손예은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이 정조 9년(1785년)의 희귀 고문서를 공개했다.

이 고문서는 당시 함경북도 길주목(吉州牧) 소속 서북진병마첨절제사(西北鎭兵馬僉節制使) 윤빈이 벼슬에서 교체되면서 작성한 것으로, 길이 약 7m(세로 80㎝·가로 6700㎝)의 해유문서(解由文書)다. 해유문서란 조선시대 관리가 교체될 때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작성하는 문서를 말한다.

영화 ‘역린’에서 정조는 환궁하는 길에 염탐하는 자의 기척을 느끼고 ‘편전’을 쏘며 이렇게 말한다. “편전은 명쾌하고 신묘하고 강력하길 따를 활이 없다.” 발견된 고문서의 내용을 보면 정조가 좋아했던 화살 ‘편전’이 함경북도 진영에서도 널리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무기류, 병서류, 그리고 군량미에 이르기까지 총 350여 항목에 이르는 내용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이 고문서에서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300여 종에 이르는 무기류의 현황이다. 무기류를 궁시(弓矢, 각종 활과 화살), 화약병기(火藥兵器類, 총통·조총·화 약·탄환·폭탄·화약심지 등), 사살무기(射殺武器, 창·칼), 신호장비(信號裝備, 징· 북·취라·깃발), 방어장비(방패·마름쇠) 등으로 상세히 구분해 기록했다.

게다가 그 내역을 보면 무쇠 탄환 1만 4111개, 마름쇠(菱鐵, 일종의 지뢰 역할을 하는 무기로 적이 오는 길목에 뿌려 놓는 끝이 뾰족한 서너 개의 발을 가진 쇠못) 4997개, 편전 670개, 조총 343개 등 무기류뿐 아니라 쌀 콩 조 보리 기장 등 군량미까지도 꼼꼼히 기록했다.

▲ 국립중앙도서관이 최초 공개한 정조 9년(1785년), 서북진병마첨절제사 윤빈의 해유문서의 마지막 부분. (사진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조선의 국방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에 18세기 들어 조선은 국가방위를 한층 강화하려 했다. 특히 정조는 즉위년부터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 에 이 고문서는 조선 후기, 남방 왜구보다 북방 여진족의 위협이 증대했던 그 시기의 북방에 대한 군사력을 체감케 한다.

또 문서 뒷부분에 경자년(1720) 을사년(1725) 병오년(1726) 정미년(1727) 임자년(1732) 을유년(1765)으로 나눠 기록한 내역을 보면 조총에 사용되는 납으로 만든 총알(鉛丸)과 화약이 다량 추가됐다. 이를 통해 18세기 북방 국경지역에 화약병기가 꾸준히 보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여 건, 그 가운데 지방 무관직 관원의 해유문서는 7건으로 매우 적은 수량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함경도 지역 고문서는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번에 발견된 해유문서는 조선시대 최북단 지역인 함경북도 길주목 서북진이 소유한 각종 물품을 상세히 알 수 있으며, 조선후기 함경북도의 국방태세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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