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 전시품 차례로 ‘교체’

▲ 화가 변상벽이 그린 ‘묘작도’로, 고양이 털이 한올 한올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왼쪽). 이석우 초상의 일부분. 수염과 얼굴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중요 소장품 선별… 화조ㆍ영모, 궁중회화 등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서화관 회화실의 전시품 44건 113점을 전면 교체해 선보인다.

이는 소장품 가운데 중요 작품을 선별해 순차적으로 교체 전시하는 것으로,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새롭게 단장된 회화실에서는 이계호(1574∼?), 변상벽(18세기 활동), 김홍도(1745~1806년경), 신위(1769∼1845), 채용신(1850~1941), 안중식(1861~1919) 등 화단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화조ㆍ영모, 궁중회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산수화실에서는 현재 전시 중인 ‘표암 강세황-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 특별전(6.25~8.25)과 연계해 관련 작품들을 선보인다. 강세황(1713~1791)의 제자로 알려진 김홍도의 <서원아집도>는 현재 전하는 병풍과 부채 그림이 함께 소개돼 두 작품을 비교해볼 기회다.

또 강세황과 가장 가까운 벗이었던 허필(1709~1768)의 작품 <묘길상>을 비롯해 심사정(1707∼1769), 이인문(1745~1824년 이후)의 주요 산수화가 한자리에 전시돼 18~19세기 문예 부흥기 산수화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세황 특별전에서 전시 중인 <송도기행첩>은 30일부터 <영통동구도>로 교체 전시된다.

화조영모화실에는 사군자, 화조화, 영모화 등이 고루 선보인다. 이 중에는 조선의 3대 묵죽화가 중 하나로 손꼽히며, 강세황의 제자로 알려진 신위의 대나무 그림 3점도 포함됐다.

특히 전시품 가운데 신위의 <녹죽>은 연한 녹색으로 댓잎을 그려, 스승 강세황의 <녹죽>과 비교가 된다.

변상벽의 대표작 <묘작도>와 <계도>도 오랜만에 함께 선보인다. 작품은 동물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묘사한 필력과 따뜻한 색감, 정겨운 분위기 등을 통해 조선 후기 영모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 안중식이 1901년에 그린 채색화 <영모도10폭병풍>은 자연의 세계를 섬세하게 화폭에 담았다. 이외에도 이계호의 <포도도>, 김희성의 <초충도>, 오달제의 <묵매도> 등을 만날 수 있다. 김희성의 작품에는 강세황의 화평이 실려 있으며, 오달제의 작품에는 숙종과 영조의 어제시 두 편이 나란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궁중장식화실에서는 ‘조선시대 궁중행사도 I-한국서화유물도록 제18집’을 통해 조사․소개된 <진하도>가 선보인다. 1783년 유언호 등 12명의 관원이 장헌세자와 혜경궁 홍씨에게 존호를 올렸던 행사를 마치고 제작한 그림이다.

진하(陳賀)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신하들이 모여 임금께 나아가 축하하는 일을 말한다. 1폭부터 6폭까지는 진하 장면이 그려졌으며, 7폭~8폭에는 관원들의 좌목(座目)이 실려 있다. 곳곳에 구사된 금 안료(물감), 유려하고 능숙한 필치 등을 통해 궁중화원의 뛰어난 솜씨로 비단 위에 그려진 장대하고 화려한 궁중행사도를 만날 수 있다.

풍속화실과 인물화실은 30일부터 새롭게 교체된다. 보물 제527호인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가운데 <우물가>, <담배썰기>와 신윤복(1758~?)의 <여속도첩>이 전시돼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를 비교 감상할 기회다.

인물화실에 새롭게 전시되는 작품 중에는 채용신이 1928년에 그린 <이석우 부부 초상>이 주목할 만하다. 작품 제작 당시는 채용신이 ‘종이품 정산군수’를 그만둔 1905년 이후 전주에 내려가 활동하며 그 지역의 항일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을 그렸던 시절이다. 이석우(1855~1932)는 전의 이씨 31세손으로, 1901년에 화순군수를 역임한 바 있다.

이번에 조선시대 회화 중 명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의 교체로 당대 회화의 깊은 맛과 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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