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현지 부패 수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 부패국이라는 국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17개국(미국, 홍콩, 마카오 포함)이 얼마나 부패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6.98점을 기록했다. 점수는 가장 부패한 정도에 따라 10점에 가까우며 가장 청렴하면 0점에 가깝게 나온다.

싱가포르, 일본, 호주, 홍콩 등에 비해 최소 두세 배 정도 더 부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나라는 기업 부패 정도와 부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서 아시아 2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이런 결과가 나오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PERC는 1976년에 설립, 아시아 각국에 상주 연구원을 두고 각 나라 정치·경제 이슈 분석 및 국가·기업 리스크 관리를 자문하는 업체다. 이곳은 리스크 자문을 위해 20여 년 전부터 매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인 1000∼2000명이 현지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PERC 관계자가 무엇보다 한국의 심각한 문제로 부패에 둔감한 한국의 도덕관을 들었다. 이 도덕관이 ‘국경을 넘어선 부패’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부패의 뿌리는 정치·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부까지 뻗어 있다는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자국민을 속이며 활동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비가 없이는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말 또한 정당하지 못한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본다.

비단 이번 조사만이 아니더라도 이미 대한민국 사회가 부패로 얼룩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 정치‧경제‧사회의 지도층들이 청탁과 비리 등으로 얼룩져 있으니 청렴결백한 사회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가 부패와 비리로 넘쳐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면 법과 질서를 지키며 도덕적으로 사는 사람들 또한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대 기업과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 자기들끼리의 싸움에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다치는 일이 많지만 사람다움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흔히 말하는 ‘갑의 횡포’로 드러난 기업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볼썽사나운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오직 갑이라 칭해지는 당사자들만 모를 뿐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해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진심어린 사과와 변화된 모습을 바라는 것이지 고개 한 번 숙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이상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어린아이가 아님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오죽하면 기업의 총수나 권력을 누렸던 이들은 비리가 터져 검찰 소환을 당할 때 꼭 없던 병도 생기고 병이 깊어지냐는 말이 나오겠는가. 대접 받고 청탁 받아 호의호식할 때는 세상을 호령할 것처럼 떵떵거리더니 자신들의 허물이 드러나면 드러눕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법도란 말인가.

어둠이 짙을수록 아침이 밝아온다는 말이 있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사회일수록 청렴결백한 사람은 더욱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범죄는 크고 작은 것이든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잠시잠간의 욕심으로 법을 어기고, 자신의 양심을 판다면 그 나중은 필시 참담할 것이다. 범법자로서 사람들의 입에 영원히 오르내리는 일은 그 어떤 형벌보다도 무섭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또한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온갖 꼼수를 부려 법망을 피해가려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죄의 대가를 치르는 데 있어서까지 부패와 비리로 점철돼서야 쓰겠는가. 그 옛날 동방예의지국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법 없이도 살 민족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우리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인가.

늦었다는 생각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고 이제부터 부패와 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사회, 이 나라를 변화시켜보자. ‘클린 코리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한번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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