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해찬 고문은 세종시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대회에서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느냐.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고 한 뒤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주장 세력이 늘어난다”는 발언을 하며 이 과정에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홍익표 의원은 귀신 귀자에 태아 태, 귀태(鬼胎)라는 표현을 쓰면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했다. 홍익표 의원은 사과를 하고 원내대변인을 사퇴했지만 그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은 이제 전통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천정배 전 의원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막말, 노원구의 민주당 후보였던 나꼼수 출신의 김용민의 저질 쌍욕발언과 비례대표의원인 임수경의 탈북대학생에 대한 막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이해찬 고문의 발언은 돌출발언이라기보다는 작심하고 내뱉은 말로 보인다. 친노세력의 결집을 시도하고 당내의 김한길 대표체제의 온건기류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김한길 대표체제하의 민주당은 결속력이 약해서 지도부의 영이 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재야에 있는 민주당의 원로세력들이 민주당에 대하여 강경한 대응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런 점들이 돌출발언과 막말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주장하면서 대선불복을 운운하니 김한길 대표가 나서서 대선불복은 아니라는 해명을 하면서 파문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형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서 NLL관련 파문과 18대 대선의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주장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민주당이 여론의 질타를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과 우려가 있을 것이다. 김한길 대표체제를 흔들려는 암수까지 노정되고 있음을 간파한 지도부가 이런 사태를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떨어지고 있으니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잠재적인 경쟁상대인 안철수 의원의 가상 신당지지율보다 못 미치는 것은 민주당의 존립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의 친노세력은 대여 강경대응을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 온건합리주의자인 김한길 대표의 지도력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정부를 이명박 정부에 대입하려는 전략의 실수가 눈에 보인다. 국정원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숨은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억지스럽다.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를 지원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도 대선패배의 요인이 민주당 내부에 있다는 민주당의 대선패배 분석보고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연결고리는 정부의 영속성적인 측면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 과거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결고리처럼 유사점이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게 진 빚이 없다는 것이고 승계해야 할 정치적 빚도 없는데 이명박 정부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여 전선을 형성해야 할 문제를 과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김한길 대표체제의 권위와 리더십을 존중해야 하는 문제가 우선적인 일이다.

친노세력의 발호는 민주당의 존폐문제가 달려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친노세력에 끌려간다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들어 막말파문으로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장외투쟁을 할 시대가 아니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고 언론은 열려있고 의사표현을 제한 받는 시대도 아닌데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를 장외로 끌고 나오겠다는 발상은 비민주적이고 뗏장정치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건전한 제1야당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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