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벤처 인수 적대시하는 문화부터 해소해야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정부는 창조경제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구조의 정착을 추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창업과 성장을 활성화하고 끊임없이 재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벤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자기 자본은 물론 많은 외부자금도 조달해서 창업하고 성장해 간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자금회수는 매우 중요하다. 소요된 자금을 적절한 시점에 기대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을 회수할 수 있어야만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자금회수 수단으로는 공개시장의 상장(IPO)과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이다. 공개시장의 상장요건은 코스닥 벤처기업의 경우 자기자본 15억 원 이상, 자기자본 이익율 5% 이상 또는 순이익 10억 원 이상이 돼야 한다. 따라서 신생벤처기업이 상장요건을 충족시켜 투자된 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해 금년 7월 1일자로 중소기업전용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시장의 문을 열었다. 코넥스시장은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시켜 자기자본 5억 원, 매출 10억 원, 연간 순이익 3억 원 이상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미국시장의 경우를 보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더라도 벤처 또는 신생기업의 성장 가능성, 잠재력만으로 인수합병이 잘 이뤄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 수단으로 2012년에 경우 건수로 인수합병이 전체의 90.6%로 공개시장상장의 9.4%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캐피털의 인수합병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면 여론이 안 좋아져 오히려 실패하는 ‘승자의 저주’ 현상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최근 모 신문사와 리서치업체가 공동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조사대상자 중 47.3%가 ‘막아야 한다’는 부정적 시각이고 ‘권장해야 한다’는 29%에 불과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인수합병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M&A 시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정부정책과는 별개로 우리나라 국민은 여전히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도 국민의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만연한 상태에서 정부 정책만 믿고 벤처기업을 인수하기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 주도의 벤처 인수합병 없이는 선순환구조의 창업과 벤처 생태계 조성이 힘들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의 유태계 자본이 벤처에 투자해 전 세계 시장을 열어주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게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적인 대기업인 GE도 지난 10년간 500여 개의 벤처를 인수했으며 미국에서는 대기업에 인수합병된 벤처기업을 부러워하며, 인수한 대기업에게는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 대기업의 벤처 M&A는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창업, 성장, 회수의 선순환구조의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한다.

진정한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벤처에 투자된 자금의 원활한 회수가 필요하고, 대기업의 벤처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 용인되고 축복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 대기업이 정당한 조건으로 벤처,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합리적 인수합병이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우리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행정부는 물론 국회에서, 사회지도층이 특히 언론이 앞장서서 그 분위기 조성과 국민정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벤처의 미래도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도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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