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 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소방재난본부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또다시 불산이 누출돼 3명이 다친 가운데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지난 1월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한 11번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불과 3개월여 만에 같은 곳에서 사고가 재발해 따가운 눈총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 불산 희석액 배관 철거작업 중 불산액이 소량 누출됐다.

이 사고로 배관철거 협력업체 성도ENG의 직원 최모(46) 씨 등 3명이 피부발진 등 이상증세를 보여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 4일 모두 퇴원했다.

현장에 있던 최 씨 등 5명은 지난 1월 불산 사고로 철거되고 새로 설치된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의 탱크에서 배관을 새로 연결하는 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사고는 기존 배관에 남아 있던 불산이 작업자들의 소매 쪽에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산 누출사고는 지난 1월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화학물질이 저장된 배관을 수거·철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퍼지작업(고압력의 질소가스를 넣어 불산액 배관 속 잔류 불산을 제거하는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불산 누출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간과한 채 작업을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퍼지작업이 완료돼 작업자들이 안전장비를 갖추고 절단작업을 했으나 불산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퍼지작업을 통해 중간 체크를 하고, 특수내시경으로 불산 여부를 점검했다”며 “하지만 불산이 다 제거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0년 발생한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당시 폐관작업에 남아있던 물질이 작업자에게 상해를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업자들의 보호 장구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보호 장구를 개선해 손목 등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손목과 목 부분에서 불산에 노출됐다. 보호 장구가 미흡했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형사과 강력팀과 과학수사팀 등 5개 팀을 동원해 이번 사건의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잇따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경기도는 유해화학물질 사고 사업장을 공개하고 현황을 공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는 민주통합당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유해화학물질 관리 조례를 6일 입법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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