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영국의 버트란트 러셀은 ‘인류와 동물의 욕망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류는 절대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 중에서도 가장 끈질긴 것이 물욕, 권력욕, 명예욕이다. ‘유지이리’는 욕망의 목적인 이익을 앞세워 상대를 유혹한다는 뜻이다. 이익의 충돌이 정치투쟁을 일으키고 정치투쟁은 정적을 만든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진 세력들끼리는 공평하게 이익을 나누지 못하기도 하지만 러셀의 말처럼 결국은 이익을 독점할 때까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이 핵심이다. 이익으로 유혹하면 집단과 개인을 막론하고 본성이 드러나며, 때로는 그것을 추구하느라고 다른 것은 일체 돌아보지도 않는다. 이익에 밝은 사람은 작은 손실을 감수하고 커다란 이익을 얻는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그에게 작은 손실은 곧 투자이다.

정경유착의 원조였던 여불위(呂不韋)는 대상인으로 이재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조(趙)의 수도 한단(邯鄲)에서 인질로 억류되어 있던 진(秦)의 서손(庶孫) 이인(異人)을 만났다.

여불위는 초라한 이 인질에게 집중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이인은 꿈에도 그리던 왕위계승권을 가지게 되었고, 여불위는 부귀영화를 얻을 골든키를 손에 넣었다. 여불위가 절세미인에게 먼저 임신을 시킨 후에 이인의 첩으로 바쳐 낳은 아들이 전국시대를 종결한 진시황 영정(嬴政)이다.

소왕(昭王)이 죽은 후 효문왕(孝文王)이 즉위하자 이인은 태자로 책립되었다. 효문왕은 즉위한 지 3일 만에 죽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배후에 여불위와 이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은 장양왕(庄襄王)으로 등극했고, 약속대로 여불위는 승상, 문신후가 되었으며, 십만호의 식읍을 받았다. 모의에 동의했던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순간에 이미 어떤 틈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겼을까? 역사는 이 사실을 빠뜨리고 있다. 장양왕이 즉위를 한 후 3년 만에 불과 35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불위라면 무슨 짓이든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장양왕의 뒤를 이어 13세의 영정이 등극했다. 복잡한 정치투쟁의 와중에 왕위에 오른 그는 중부(仲父)라고 부르던 여불위에게 대권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관상학에 밝은 료(繚)는 진시황에 대해 ‘콧잔등이 우뚝하고 눈이 길게 찢어졌으며, 하늘을 나는 사나운 새를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의 길고 강한 팔뚝을 지녔다. 목소리는 승냥이와 같으니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 마음은 호랑이나 이리와 같고, 아랫사람에게도 몸을 낮추지만 일단 뜻을 이루면 누구나 잡아먹는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영정이 오랫동안 여불위의 괴뢰노릇을 할 리가 없었다. 그는 9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마침내 여불위와 어머니를 동시에 제거했다. 천하의 여불위도 아들에게는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이다.

한(漢)의 양웅(楊雄)은 <법언(法言)>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누가 사람을 재화로 바꾼 여불위가 지혜로운가 물었다. 누가 여불위를 지혜롭다고 하는가? 그는 한 나라의 종족을 바꾸었다. 여불위는 벽을 뚫고 도둑질을 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벽을 뚫을 수 있는 것은 돌뿐이라고 생각한다. 낙양에서는 그러한 돌을 본 적이 없다.”

양웅은 여불위를 하찮은 도둑놈이라 했다. 양웅에게는 진이라는 나라마저 작은 도둑에 불과했다. 그는 여불위와 같은 작은 도둑놈은 낙양성과 같은 큰 것을 훔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유향(劉向)은 <설원(說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리는 세력을 기대하지 않아야 세력이 스스로 다가오고, 세력가는 부(富)를 기대하지 않아야 부가 저절로 다가오며, 부자는 귀(貴)를 기대하지 말아야 귀가 스스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무리 귀한 사람에게도 화는 저절로 다가온다.”

관리는 이해관계를 알면서도 위험을 헤아리지 않으며, 유학자는 이해관계를 따질 줄 몰랐다. 야심가나 욕심쟁이에게는 이해관계야말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기준이다. 이러한 자들이 넘치는 사회는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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