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마무리 부탁한 유언 받들어

▲ 12일 故 박병선 박사의 병인양요 연구 유고집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 제2권 출간기념식에서 조카 은정희 씨가 연구 경과를 발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병인양요 후속편 정리해 작업 완료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직지 대모 故 박병선 박사가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펜을 놓지 않았던 병인양요 연구가 마무리, 두 번째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12일 故 박병선 박사의 병인양요 연구 유고집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 제2권 출간기념식이 서울 중구 한국의집 취선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유고집 제2권은 박 박사의 조카인 은정희 씨가 병인양요 연구 마무리를 유언으로 남긴 고인의 뜻을 잇고자 병인양요 후속편 정리 작업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기관인 신한은행의 병인양요 연구와 후속편 출간에 대한 후원으로 고인이 남긴 마지막 뜻을 이뤘다.

고인이 된 박 박사는 생전에 프랑스 유학 후 파리국립도서관에 사서로 근무하면서 ‘직지심체요철’과 ‘외규장각 도서’를 발견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역사문화연구와 문화재 반환에 많이 이바지 했다.

고인은 이외에도 의궤·인쇄·병인양요·독립운동 등과 관련된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2008년)’ 후속편으로 병인양요를 둘러싼 프랑스 정세와 조선을 침략한 로즈(Pierre-Gustave Rose, 1812~1882) 제독의 보고서·공문서·친필자료 등 프랑스 측 자료를 번역·정리해 집필을 마무리하던 중 2011년 11월 프랑스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이날 출간기념식 행사는 故 박병선 박사의 유족, 후원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유고집 출간 과정 소개와 박사의 생전 업적을 담은 영상물 시청, 추모 연주 등 박사의 뜻을 기리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축사자로 나선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힘들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던 박 박사의 책이 이제 완성됐다”며 “미력이나마 박사의 뜻을 따라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지키고, 문화로 나라를 세우는 길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2권 작업 중에 세상과 작별한 박 박사의 뜻에 따라 완성해 출간하는 것이 진정한 명복을 비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고인과 함께 관련 작업을 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 박사가 생전에 불어로 된 직지 해제집을 출간하면서 친분이 있었는데, 그 불어 해제집을 통해 직지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평생을 바쳐 연구와 우리 문화재 되찾기에 힘쓴 박 박사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사실이 있다”며 “(박 박사가) 책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는 도서번호도 안 붙은 상태였다. 박사가 한국에 가져가도록 조치해달라고 대사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당시 협조를 해주지 않았고, 이후에 정식으로 등록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 박사는 책의 중요성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불어 해제 작업을 시작했으며, 덕분에 영구대여 방식으로 반환(프랑스 문화재로 등록)됐다. 처음 발견부터 반환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한편 문화재청은 2010년부터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기관들과 협력해 고 박병선 박사의 생전 연구 활동을 지원해왔다. 신한은행 외에도 웅진코웨이 등이 프랑스 현지 연구 활동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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