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기자협회 김정근 회장

▲ 한국사진기자협회 김정근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람에 대한 인본주의적 마인드가 사진 보는 시각 키워
사진기자란 ‘파수꾼’… 시대를 지키고 살펴보고 전달해

“태풍 때문에 강원도 어느 산골이 고립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르신들이 나오지도 못하고. 태풍의 피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긴급구호물품을 실은 헬기에 동승해 마을까지 들어갔죠. 전기랑 물도 끊어지고 아수라장에서 어르신들이 힘겹게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식사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옥돔에 진수성찬이신 거예요. 전기 끊어져 귀한 것부터 빨리 드신다고 그런 거였죠. 컵라면 드시고 겨우 끼니 챙기실 줄 알았는데(웃음).”

서글서글한 표정에 사람 좋은 웃음이지만 무언가 사물을 응시할 때는 날카롭게 변하는 눈매가 주위에 긴장감을 맴돌게 한다.

한국사진기자협회(KPPA) 김정근(46, 경향신문 사진부 차장) 회장은 20년차 현직 기자로 지금도 현장을 누비며 시대의 찰나를 담고 있다.

정장을 빼입고 5㎏이 넘는 카메라 장비를 들고 각 정당과 법원, 청와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사진기자.

윤곽은 그릴 수 있지만 정확하게 ‘몇 시, 몇 분, 몇 초’에 결정적인 장면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항상 ‘순간’을 주시하며 모든 감각을 세우는 사진기자는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 중 0.01초에 승부를 건다.

여기에 앵글과 구도, 뉴스성과 예술성까지 가미된 보도사진의 세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김 회장. ‘인본주의’적 마인드가 바탕이 된 사진기자야말로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유리하다는 팁을 전했다.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이 직업이 전 너무 좋아요”
지난 14일 제49회 한국보도사진전이 진행 중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남 김 회장에게 “‘사진기자란 000이다’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라고 질문하자 김 회장은 의외로 한참을 고민했다.

주위에 있는 후배와 큐레이터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적절한 답은 찾지 못했다. “흠~” 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이전에 재치 있게 술술 답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만큼 ‘사진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신중히 여기는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간 김 회장은 당시 ‘신방과 출신은 모두 기자가 돼야 한다’라는 인식이 높아 사진기자로 자연스럽게 진로를 결정했다. 이후 경향신문에 입사해 20년차를 자랑한다.

특종이 터지면 현장으로 ‘날아가듯’ 달려가는 사진기자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구석구석을 살피고 담아야 한다. 이에 가지 못할 곳이 없고 보지 못할 것이 없다.

게다가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 기사’도 함께 작성해야 하며 가끔 장문의 기사도 작성할 때도 있다. 그만큼 ‘현장 그대로’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사명이 일반기자보다 더 막중하다.

점점 감축되는 사진기자 현실에 여러 현장을 담당해야 하는 기자는 퇴근도 일정치 않아 컨디션 관리는 필수다. 큰 사건이 하나 터지면 꼼짝없이 현장을 지켜야할 때도 있어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은 두 배가 된다.

“사진기자란 ‘파수꾼’이다, 전 이렇게 생각해요. 그 시대를 지키고 살펴보고 또 그것을 전달하는 파수꾼과 같다고 생각하죠. 그래서인지 전 이 직업이 너무 좋아요. 이상하게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저 자신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해요.”

▲ 제49회 한국보도사진전 작품 중 ‘곽노현 교육감의 마지막 출근’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사진기자협회 ‘사람을 보다, 시대를 읽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전국 일간 신문, 통신사, 출판매체 사진기자 5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사진기자의 친목을 도모하고 권익을 옹호하며 보도사진에 관해 연구하고 언론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64년 설립됐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매년 ‘보도사진전’을 개최해 전시순회를 진행한다. 올해는 3월 13일부터 4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운영된다.

올해는 ‘사람을 보다, 시대를 읽다’란 주제로 사진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과 밀접한 시대상들이 약 200점의 작품으로 나열돼 있어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사진기자들의 촬영 비하인드까지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먼저는 사람에 대한 마음, 즉 인본주의적 마인드를 갖추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해 주곤 해요. 당연히 서로 특종을 노리는 경쟁사이가 될 수도 있지만 먼저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사진을 보는 시각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김 회장은 ‘좋은 사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질문에 ‘인본주의’를 첫째로 꼽았다.

물론 보도사진의 거장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로버트 카파’ 등의 작품을 보면서 소양을 늘려나가는 것도 좋지만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올바른 판단으로 사회를 비판하길 김 회장은 권한다.

“가끔 독자사진 중에도 획기적인 사진을 보곤 해요. 프로라고 무조건 다 완벽한 사진을 찍는 게 아니죠. 요즘은 다양한 시각으로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오잖아요? 아직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사진이죠. 그래서 저한텐 참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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