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순태 씨

▲ 소설가 문순태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06년 소설대학 세워 등단 작가 17명 배출
‘타오르는 강’ 37년 만에 완간, 전라도 방언 되살려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생활 여건 때문에 문인의 꿈을 포기했던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문인 지망생들이 체계적인 문학 공부를 하며 꿈을 이뤘으면 해요.”

전남 담양군 남면 생오지 마을에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설가 문순태(75) 씨는 문인 양성을 위해 지난 1월 문예창작촌을 설립했다.

“서울의 연희문예창작촌이나 강원도만해문학마을, 경주 동리 목월문학관 창작대학 등 다른 지역에는 문인 양성 시설이 많은데 호남지역에는 이 같은 시설이 없어 안타까웠어요.”

‘생오지 문예창작촌’은 문인의 꿈을 꾸는 지망생들을 위한 시설로 문 작가가 아파트와 퇴직금 등 6억 원의 개인재산을 털어 세운 곳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전문적인 소설가를 양성하는 소설연구반에서 40명이 공부 중이다. 그는 소설뿐 아니라 시, 수필 분야에도 수강생을 모집하고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위해 대표적인 문인과 평론가 등을 강사로 초빙하는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오지 문예창작촌은 ‘소설대학’에서 비롯됐다. 2006년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퇴직한 문 작가는 작품에 몰두하기 위해 담양 생오지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자 그의 밑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어 하는 제자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어느새 수가 불어나 자연스럽게 소설대학이 세워졌다.

지난 6년여간 소설대학에서 배출한 등단 작가만 해도 17명이다. 대학에서 그가 가르친 제자까지 포함하면 50여 명에 이른다. 소설대학이 알려지면서 서울과 인천, 부산에서까지 그를 찾아온다.

그 가운데 문 작가는 서울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지난 2010년 소설가로 등단한 최해수(51) 씨를 언급했다. 서울에서 생오지 마을까지 자동차로 6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최씨는 매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수업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고.

성실히 수업에 임한 최 씨의 단편소설은 지난해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2012 김유정 신인 문학상’ 소설부문에 당선되는 결실을 맛봤다.

“작가가 자기 글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진양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가르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다만 그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뿐이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방향제시만 해줘요.”

그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은 작가의 몫이라며 결국 가르친다는 것은 길 안내자이자 응원자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작가의 삶으로 이끈 것은 우리나라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이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6.25전쟁이 일어났어요. 아무 죄도 없는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게 됐죠. 그러면서 이념 갈등,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외로움들이 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고 이러한 것들이 작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매료돼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1964년 대학교 졸업 1년을 앞두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때 언론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는 낮에는 신문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쓰며 작가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그해 8월 반체제 기자로 해직을 당한 것이다.

“신문사를 그만두고 나서 가족들을 부양했기 때문에 돈 되는 글은 다 썼어요. 당시에는 손 글씨로 글을 썼기 때문에 시내버스 손잡이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손목이 아팠죠.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주옥같은 작품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징소리’와 ‘타오르는 강’을 꼽았다. 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상실한 실향민의 아픔과 고통을 담아낸 ‘징소리’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재조명한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은 37년 만에 완간한 그야말로 대작이다. 등장인물만 200여 명에 200자 원고지 1만 1600장이 넘는다. 특히 사장되다시피 한 전라도 구수한 방언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전라도 방언을 채집하기 위해 녹음기를 들고 시골장과 산골 마을을 다녔어요. 작가는 언어의 채굴자라 할 수 있죠. 사장된 지역 언어를 찾아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과 아픈 역사의 진실과 실체를 드러내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꼈어요.”

그의 올해 계획은 그동안 써 놓은 300편의 시 가운데 추려서 시집을 내는 것이다. 또 소쇄원을 소재로 지난해부터 집필하고 있는 장편소설도 나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문인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와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생오지 문예창작촌을 잘 꾸려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문예창작촌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좋은 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제 소원이에요. 후학을 양성하는 일은 작가 인생의 최고 행복이죠. 옛 선비들이 자신의 학문을 닦으며 동시에 후학양성에 힘쓴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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