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서관협회 남태우 회장

 

▲ 한국도서관협회 남태우 회장은 송나라 진종황제의 권학문을 병풍으로 사무실에 두고 늘 마음에 새긴다. 그가 올해 도서관계가 펼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해방 후 전국 도서관 기틀 마련한 ‘박봉석’ 재조명해야
안타깝게 납북… 北에서도 도서관계 발전에 기여했을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 사려 말라. 책 속에 본래부터 천 종의 곡식이 있다네. 편히 기거하려고 높은 집 지으려 말라. 책 속에 본래부터 황금으로 된 집이 있다네. -중략- 장가가려는데 좋은 매파 없다 한하지 말라. 책 속에 얼굴이 옥같이 예쁜 여인 있다네.” -송 진종황제 권학문-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속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새 정부가 들어선 2013년,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도서관계는 어떤 기대를 품고 있을까. (사)한국도서관협회 남태우(63, 남) 회장을 만나 올해 도서관계의 방향을 들어봤다.

2012년 우리나라 GNP는 2만 2000달러를 넘어섰으며,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교역과 투자확대를 위한 기반을 넓히기도 했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G20 정상회의 개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 등 국격을 높였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분위기는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남 회장은 우리나라 GNP가 적어도 3만이 돼야 탁상공론에서 그치는 도서관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도서관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GNP가 3만 정도 돼야 정부도 예산을 도서관 쪽에 더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 문화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현재로서는 도서관 문화를 꽃피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문화 복지는 폭넓게 지원해서 탈 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나 리더들의 의식 변화가 있어줘야 한다고 본다”며 “GNP가 낮은 수준에서 의식 변화는 탁상공론이 될 뿐이고 실제로 경제 부분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태우 회장은 위인을 들어 도서관 정신을 살펴보고 도서관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김구 등 우리 선현들도 문화 복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실제 사상가 중 도서관의 혜택을 입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택동은 북경도서관의 사서였다. 칼 막스는 대영도서관에서 한 자리를 고집하면서 연구해 ‘자본론’을 만들어냈다. 괴테도 마찬가지다.”

남태우 회장은 통일을 앞두고 통일 대한민국이 가져야 하는 도서관 문화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남북을 이어줄 매개체인 ‘박봉석’이 있었다.

박봉석(1905. 8. 22~)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전신인 조선총독부도서관 사서로 재직했으며, 해방을 맞으며 국립중도서관의 부관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조선도서관학교를 설립해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우지 못한 일선 도서관의 사서들을 교육하기 위해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도서관협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도서관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가 6.25전쟁 후 당시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었던 이재욱과 함께 행방불명됐다.

남 회장은 그가 납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 회장은 한국 도서관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박봉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박봉석 도서관상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데올로기 때문에 박봉석의 정신이 빛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순수하게 도서관 발전을 위해 애쓴 그의 업적을 기릴 시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마도 북한에 가서도 도서관계 발전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도서관계의 초석이 됐음에도 앞에서 그 이름을 떳떳하게 드러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는 박봉석을 재조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남 회장은 박봉석상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정치와 이념을 떠나 문화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지만 모든 부문에 이 분위기를 전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정치는 정치고 문화는 문화이다. 박봉석 도서관상을 만드는 것은 한민족 전체적인 측면에서 민족화해운동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공포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원수이기도 하지만 우리 형제이고 우리 민족이 아닌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문화적인 측면이다.”

남 회장은 상반기 해빙 무드가 형성되면 박봉석상 제정을 선포하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 상황에 따라 미뤄질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봉석 상은 도서관학술상과 도서관문화상 부문으로 나뉠 예정이다. 학술상은 도서관 학술 연구 부분에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되며, 문화상은 도서관 현장에 근무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용자와 사서 간 유대관계를 높인 공이 인정된 사람에게 주어질 계획이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 도서관계는 세계도서관대회를 기념해 박봉석 우표 발행을 추진했지만 이념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박봉석 흉상을 제작해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사)한국도서관협회는 1945년 설립돼 올해로 68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 도서관들의 협의체이며 조선도서관협회로 시작해 1955년 4월 한국도서관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협회는 매년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50회를 맞아 제주도에서 의미있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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