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광진정보도서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新개념 도서관의 선구자… 지역사회의 다목적 복지센터
평생교육센터ㆍ문화센터ㆍ커뮤니티센터 역할 수행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흔히 ‘도서관’을 책 빌리는 곳 또는 공부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깨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기능을 소화하는 도서관을 만든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지은(42) 도서관장. 그는 광진정보도서관, 중곡문화체육센터도서관, 자양4동도서관 등 3개 도서관을 관할하고 있다. 오 관장이 이끄는 도서관은 서울 광진구 관내 대부분의 기관과 연계성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기본적인 도서관으로서의 정보센터 기능 외에 평생교육센터, 문화센터,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평생교육센터 기능으로 ▲전 연령층 대상 독서교육 ▲성인중심 시민대학(도서관아카데미)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자서전쓰기, 도시농업학교, 향교) ▲명사 강연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문화센터로서는 전시회, 사진전, 정기음악회, 각종 연극공연 및 영화 상영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센터로서는 ▲지역사회발전 위한 주민모임 지원 ▲재능기부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학습동아리 육성 ▲봉사모임 운영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이 그가 관할하고 있는 도서관은 기존 상식의 틀을 깨고 지역사회의 중심이 돼 다목적 복지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광진정보도서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49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전년도 대통령상에 이어 특별상을 받아 2년 연속 우수도서관으로 인정을 받았고, 중곡도서관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12년 운영평가에서 광진도서관은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독서문화 확산 및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점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재능기부 등 지역사회 커뮤니티 기능 활성화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중곡도서관은 지역아동센터 멘토링 및 다양한 독서회 운영,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사회의 독서문화 저변 확산에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직접 지역 현장 찾아 이장처럼 살피고 주민과 소통
리더십 덕목 ‘솔선수범·지행합일’… 아는 만큼 꼭 이행

그에게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지혜를 얻는 어떤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오 관장이 말하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장에서 뛰어다니면서 지역사회를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그는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직접 돌아보면서 움직여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마을 이장처럼 지역을 살피고 주민과 소통하는 것이 해답인 셈이다.

따라서 많은 주민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관장이라도 사무실에 거의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관장실을 철거하고 그곳을 오픈 회의실로 직원들에게 내줬고, 책상자리도 직원들 틈에 끼어 같은 공간에 마련했다.

그는 리더십의 큰 덕목을 솔선수범, 지행합일 두 가지를 꼽았다. 사서들보다 앞장서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며, 아는 만큼 행동으로 반드시 행해야 한다는 게 관장의 자세라고 한다. 그가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에 몰두하니 지혜가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한 법. 이 때문에 도서관의 기본 범주를 벗어난 많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듯하다.

그럼 오 관장 그가 이런 획기적인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때는 2005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하게 기본적인 일에 충실하던 그는 문득 공공도서관이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됐고, 도서관의 새로운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저자 로널드 B. 맥케이브)’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이 시초가 됐다. 오 관장이 말하기를 그 책 내용 중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어서 커뮤니티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란다.

그 말에 오 관장은 매우 공감하게 됐고, 그러면서 책에 나온 대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도서관이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우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인적 자원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고, 재능기부자를 모집했다. 이에 그 자원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활용하도록 했고, 각 기관을 찾아가서 협의를 구해 지금의 많은 협력자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오 관장은 사서의 역할도 재정립을 했다. 서적을 관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사서 역시 주민과 자주 만나게 함으로써 커뮤니케이터(의사 전달자)가 되게 했고, 나아가 기획자가 되도록 했다.

그래서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서들 역시 남다르다. 그가 관할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오 관장과 뜻을 함께 하는 사서들의 공로가 있었기 때문. 그는 사서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편으로는 자신 때문에 일을 많이 하게 되는 사서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 “사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없이 희생적으로 함께 일을 해주는 사서들이 고마울 따름”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또 전국에 있는 다른 도서관장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광진도서관 때문에 다른 관장들이 힘들어 한다면서 미안함을 나타냈다.

오 관장에겐 사서뿐 아니라 그를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또 있다. 바로 광진도서관친구들(대표 여희숙)이다. 도서관친구들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단순한 이용자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도서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도서관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자발적인 모임이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진구에서 최초로 결성돼 현재 55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기금모금, 자원활동, 홍보, 캠페인 로비, 지역주민 연계 등으로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 오지은 관장이 여희숙 도서관친구들 대표(오른쪽)와 함께 다정하게 웃으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오 관장이 하고 있는 많은 도서관 사업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어르신들의 자서전쓰기다. 이인경 방송작가의 지도로 10명의 어르신들이 지난해 9월 자서전을 출판했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유명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평범하다. 오 관장은 아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데다 소통의 부재로 모르는 보릿고개 시절의 이야기를 소통하고자 마련했다.

처음에는 녹음 정도로 하려 했으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세대가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자서전을 출판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소문나서 다른 지역에 사는 어르신도 오겠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오 관장은 자신은 단지 지역사회와 도서관이 만날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만 한 것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가 펼치는 신(新) 개념 도서관의 역할. 계사년 새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발빠르게 움직일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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