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경내 담장 너머로 보신각종의 모습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선代 성문 개폐 알려… 해방 이후 매년 타종 행사
국민 뜻 모아 새 종 중수… 원형은 보존 위해 이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전국 각지 타종행사장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람들은 희망찬 종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하고 뜻 깊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집보다 먼 거리도 마다치 않고 행사장을 찾는다.

특히 서울시 종로 보신각에 있는 보신각종(국가 지정 보물 제2호)은 매년 1월 1일이 되면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보신각에 있는 종은 ‘종을 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원형 종은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서 보존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경내로 이관돼 보관 중인 보물 2호 보신각종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517년간 역할 다하고 박물관서 잠들다

보신각종은 원래 서울의 서대문인 돈의문(敦義門) 안 정릉사(貞陵寺)에 있었다. 하지만 정릉사가 폐사되자 원각사로 옮겨졌고, 중종 때 남대문인 숭례문에 걸려고 했으나 임진왜란 후에 종로 종각에 걸렸다.

이후 1985년까지 517년간 제야의 종으로 사용되다가 오랜 세월 탓인 부식과 훼손을 막기 위해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경내로 이관돼 보존 중이다.

지난 10일 원형 보신각종을 찾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경내에 공원처럼 조성된 야외 전시관에 들어서자 울창한 나무들이 보였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정자가 하나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담장 너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종이 하나 있었다.

보신각종에는 아무 장식도 없고 표면은 거칠었다. 불상 그림과 종의 제작 연대를 기록한 명문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종의 부분별 명칭으로는 종 위에 있는 용뉴(龍鈕 용 조각상), 용뉴에서 반원을 그리며 흐르는 종견(鐘肩, 종의 어깨), 종신(鐘身, 종의 몸통) 등으로 나뉜다.

보신각종에는 큰 특징은 없으나 종견 밑에 턱이 져 있는데, 종견부터 윗 부분과 종신(鐘身, 종의 몸체)을 따로 만들어 붙인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또 종신에는 중앙에 3개의 굵은 융기횡대(隆起橫帶)가 있고, 종구(鐘口, 종의 입구)에서 약간 위에도 간격을 두고 2개의 굵은 융기횡대가 있을 뿐 다른 새김 장식이 없다.

보신각종은 총 높이가 3.18m, 입지름이 2.28m, 무게는 19.66톤의 큰 종이며, 전형적인 조선 초기의 종의 형태를 하고 있다.

새 희망과 축복의 상징 종소리

보신각종은 우리나라 보물 제2호(1963년 1월 21일 지정)다. 조선왕조 세조 14년(1468년)에 주조됐을 때는 불교적인 의미로 제작, 타종됐다. 하지만 지금의 종각으로 옮겨지면서 보신각종으로 불리며, 파루(상오 4시)에 33번, 인정(하오 10시)에 28번 울려 성문 여닫는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그 역할을 잃었다가 해방 이후 3.1절과 8.15 광복절 기념행사 때에 다시 타종됐다. 나라에서는 이때의 감격을 기리고자 매년 새해를 맞아 새 희망과 축복의 의미로 타종 행사를 해오고 있다.

1980년대 이르러 보신각종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월이 흘러 종에 균열이 생겨 더는 타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새 보신각종 제작에 뜻을 모았으며, 지금의 보신각에 중수했다. 새롭게 제작된 종은 태극 형성도를 기본으로 하고, 무궁화로 금수강산을 장식해 우리나라 번영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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