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83호 해운정(海雲亭)

▲ 강릉 해운정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483년 세월 이어 온 목조건축물
소박한 독채, 3단 축대 위에 지어
앞면 3칸․옆면 2칸 익공양식 팔작집
대청 네 짝문 개방해 시원한 여름나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바다와 구름이 머무르는 정자 ‘해운정(海雲亭)’.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기에 바다와 구름까지 머물렀다 갈 정도라는 의미를 담았을까.

강원도 강릉시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경포바다와 마주하는 경포호수 진입로를 따라 가다 보면 길가로 즐비한 운치 있는 풍경의 정자 여러 채를 만날 수 있다.

경포호수 중심에 있는 정자를 비롯해 이 지역에는 12채의 별당건축물 형태의 가옥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83호에 지정된 ‘해운정’은 483년이란 오랜 세월을 버텨낸 기특한 별당건축물이다.

해운정은 강원 강릉시 운정길 125번지에 있는 조선 상류주택의 별당 건물로, 경포호가 멀리 바라다보이는 곳에 있다. 조선 중종 25년(1530)에 어촌 심언광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전한다.

 

▲ 보물 제183호 강릉 해운정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작은 규모의 독채 건물이지만 3단으로 쌓은 축대 위에 남향으로 지어져 주변 정자보다 약간 높이 올라있는 것이 바다와 구름도 소박한 멋에 이끌렸을 법한 운치를 자랑한다.

규모는 앞면 3칸에 옆면 2칸으로, 소박한 익공양식의 형태를 보이는 팔작집이다. 안쪽의 오른쪽 2칸은 대청이며 왼쪽 1칸은 온돌방이다.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으로 꾸몄고, 대청 앞면에는 네 짝의 문을 달아 모두 열 수 있게 했다. 더운 여름철에는 네 짝의 문을 모두 열어 실내를 전부 개방해 경포호수를 바라보며 시원한 별당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 건물 주위로 목조건축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툇마루도 있다.

측면에 뒷마당으로 향하는 거친 돌계단을 오르면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져 기왓수대로 땅에 홈이 팬 것을 볼 수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현대인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멋이다.

 

▲ 뒷마당으로, 처마에서 빗물이 땅에 떨어져 팬 흔적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해운정은 마당에 높게 기단을 잡고 처마를 높여 별당으로써 훌륭한 미적 감각을 자아낸다.

이 지역에 해운정과 같은 별당건축물이 옹기종기 밀집해 있는 것은 조선시대에 경포호수는 작은 배를 타고 오가던 일종의 수로였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호수의 규모는 많이 줄어 지금의 모습(호수 가장자리였던 부분이 육지가 됨)을 하고 있으나, 정자 대부분이 배에서 내리면 바로 밟는 곳이었던 것.

일각에서는 해운정의 단을 높이 올린 것은 별당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도 있지만, 경포호 해수면보다 높여 짓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해운정 실내는 기둥 위에 세련된 조각 장식과 더불어 대청과 방 사이의 비례감을 둔 창호가 눈에 띈다. 대청 뒤 당판문에는 가운데 설주(문짝을 끼워 달게 된 기둥)의 흔적이 있으며, 내부에는 권진응, 율곡 이이 등 여러 명사의 시문과 기록이 보존돼 있다. 또 1537년(중종 32) 명나라 사신인 정사 공용경이 쓴 ‘경호어촌’이란 액자와 부사 오희맹이 쓴 ‘해운소정’이란 액자가 있다.

해운정(海雲亭) 현판은 조선 후기 문신 우암 송시열의 글씨이며, 해운정은 현재 심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 우암 송시열이 쓴 해운정 현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