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목조수변테크 앞에서 바라본 평택호의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목조수변테크 앞에서 바라본 평택호의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지역명소] 평택호 관광단지

다양한 볼거리·편의시설 조성

흥 넘치는 즐거움은 ‘무료’

전통 무형문화유산 볼 수 있어

참여하는 공연으로 기분 ‘UP’

나만의 영화관서 관람 가능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따뜻한 봄기운이 물러가고 어느덧 무더위가 찾아왔다. 여름의 시작을 알린 입하도 한달여 지났다. 장기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갇혔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인천공항은 연일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천지일보는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에 있는 평택호 관광단지를 찾았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어 평택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이곳은 평택호 방조제를 쌓으면서 조성된 인공호수다. 총 24㎢에 달하는 면적으로 여의도 면적(8.4㎢)의 약 3배에 이른다.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도 조성돼 있다.

평택호 관광단지에서는 매년 공연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공연이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날 평택의 낮 최고기온은 2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다.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어디선가 꽹과리, 장구, 북, 징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니 평택호 예술관 앞 잔디밭에서 평택농악 공연단이 리허설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한 해가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고사굿하는 공연단의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한 해가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고사굿하는 공연단의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유네스코 등재된 평택농악

평택농악은 서울, 경기, 충청지방(웃다리 지방)을 대표하는 농악이다. 1980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한 뒤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로 지정받았다. 또 2014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무형문화유산이다.

평택이라는 지역 두레 공동체에 기반을 두는 두레패적인 특징과 전문 연희패로서의 특성이 있다. 두레패적 성격을 가진 형태로는 정초에 주로 행해지던 ‘지신밟기’와 농사철에 공동노동을 위한 ‘두레굿’이 있다. 전문 연희패적 성격으로는 난장 때 장터에서 보여주는 ‘난장굿’과 공공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판굿’ ‘걸립굿’이 있다.

평택농악은 초대 인간문화재였던 고(故) 최은창 명인이 1958년 평택농악이라는 이름으로 농악패를 구성하면서 시작했다. 전국 농악 경연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1958년과 1959년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평택농악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에 힘쓰고 있는 ㈔평택농악보존회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축제, 전국 웃다리 농악 경연대회, 국제교류, 사회공헌활동 등 국내 외 여러 분야의 활동을 통해 평택농악의 가치를 알리고 문화 향유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농악 무동놀이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농악 무동놀이 모습. ⓒ천지일보 2022.6.16

◆신이 나는 우리의 것 ‘얼쑤’

본격적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는 길굿, 거리굿으로도 불리며 공연하는 장소로 농악대가 이동하면서 행하는 놀이다. 공연을 알리는 소리인 만큼 공연장 주변으로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선고사(덕담)와 둣불자(염불)로 구성되는 ‘고사굿’은 대개 한 해 동안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고 재물이나 행운이 들어오길 바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놀이판에서의 고사는 관객의 복을 빌고 놀이판을 정화하며 놀이가 무탈하게 잘 끝나기를 소원하는 의미로 진행한다.

흥이 절로 나는 가락을 듣고 있자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이나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평택호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다는 김선미(가명, 40대)씨는 “호수를 보러 왔다가 아이와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된 거 같아 정말 좋다”며 “날이 더워 외출을 꺼렸는데 아이 성화에 나왔다. 덕분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아이를 보며 웃어 보였다.

다음 공연으로 이어진 ‘사물놀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농악 가락을 모아 앉아서 연주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곡이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네 가지 악기의 조화로운 연주를 보며 흥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박수로 박자를 맞춰가니 모두가 하나된 모습이었다.

빠르고 경쾌한 장단에 역동적인 상모놀음이 어우러진 판굿, 화려한 개인 놀이와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평택농악만의 백미인 버나놀이와 무동놀이까지 보고 나서야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선숙(가명, 62, 경기 평택시 비전동)씨는 “작년에도 공연을 봤었는데 올해도 하는지 찾아보고 왔다”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면서 공연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에 이렇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경성구락부팀이 지난 11일 평택호 한국소리터 어울림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경성구락부팀이 지난 11일 평택호 한국소리터 어울림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6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소리

공연이 끝나고 평택호의 목조수변테크를 걸으며 호수를 감상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오후 4시에 공연 있어요. 보러오세요”라며 팸플릿 한 장을 건네주고 갔다. 이렇게 또 다른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겨 시간 맞춰 공연장인 한국소리터 어울림 광장 앞으로 가보았다.

이번 공연은 평택시문화재단에서 주최·주관하고 평택시에서 후원하며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한국소리터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오는 7월까지 토요일, 일요일 오후 4시 매번 다른 공연팀이 출연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이날 출연진은 ‘경성구락부’ 팀으로 소파 방정환 선생의 ‘경성청년구락부’의 뜻을 계승 받아 문화예술로 우리 민족의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결성된 팀이다. 현대적인 트로피컬,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재구성된 민요로 이뤄진 경성구락부의 무대는 농악과는 또 다른 흥을 깨웠다. 전통악기인 가야금, 해금, 대금과 현대 악기인 일레트로닉 기타, 전자피아노, 드럼이 만나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신이 나는 무대로 관객들도 “좋다” “얼쑤”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한 아이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대로 나와 춤을 춰 공연을 함께 이뤄가는 상황도 펼쳐졌다.

발을 바닥에 탁탁 치며 리듬을 맞추던 두혜림(가명, 34, 전북 군산)씨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아우르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 공연이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리듬을 이어갔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호 모래톱공원 나무 그늘에서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6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호 모래톱공원 나무 그늘에서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6

◆공연 외에도 매력 많은 평택호

평택호 관광단지에는 공연과 힐링 말고도 또 다른 매력이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극장이다. 최신 영화 한 편이 3회 상영되는데 야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1회 상영시간이 오후 8시대로 시작한다. 상영 시작 30분 전에 입장해 라이트를 어둡게 해주고 좌석을 가장 편안하게 맞춰주면 우리만의 영화관이 만들어진다.

또 평택호에 마련된 레저타운에서는 오리배, 모터보트 등 수상 시설과 4인 자전거, 커플 자전거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가족과 함께 평택호를 방문한 최선화(가명, 43, 경기 평택시 평택동)씨는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까지 보고 갈 거라 집에서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해왔다”며 “공연도 보고 자전거도 빌려서 타고 시원한 그늘서 탁 트인 호수를 보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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