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봇대가 길 중앙에 박힌 보행로를 지나 등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5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봇대가 길 중앙에 박힌 보행로를 지나 등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5

등하굣길 길목에 세워져 있어

성인도 어깨 움츠리고 지나야
“길 좁아 이동하기 쉽지 않아”

 

북구청 “한전서 처리할 문제”

한전 “학교와 협의해 진행”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엉망진창입니다. 초등학교 등하굣길 한가운데 전봇대가 버티고 서 있어 오가는 길이 너무 불편합니다. 몇 년째 민원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15일 오전 8시~9시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앞. 한창 등하교로 아이들이 분주한 시간이다.

오치초교 건널목에서 어린이 교통지도를 하던 김옥순(가명, 여)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 전봇대가 세워져 있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천방지축 앞도 보지 않고 막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어 혹여나 사고라도 날까 특별히 주의를 시킨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과거 오치초교 인근 보도에 심긴 나무의 낙엽으로 길도 지저분하고 애들도 나무에 부딪혀 많이 다쳤다”며 “최근에 나무를 베었다. 학교 인근에 문제가 많다. 그런데 전봇대는 몇 년째 그대로다”고 부연했다.

이른 아침 천지일보가 찾은 오치초교 보행길은 불편함 그 자체였다. 전봇대가 서 있는 좁은 인도는 성인 여성이 어깨를 움츠리거나 몸을 약간 틀어야 지나갈 수 있는 폭이었다. 또래 초등학생보다 몸집이 큰 아이는 자세를 옆으로 바꿔야 전봇대나 가드레일에 몸이 닿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아이의 통학을 돕던 한 학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입학한 후 내내 전봇대가 통행로에 있었다”며 “다행히 아이가 다친 적은 없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학생들이 길 중앙에 놓인 전봇대를 피해 한 줄로 통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5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학생들이 길 중앙에 놓인 전봇대를 피해 한 줄로 통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5

등교시간이 임박하자 학생들도 점점 늘었다. 학부모 손을 잡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보호자의 손을 앞뒤로 잡고 전봇대를 피해 줄줄이 이동했고,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던 친구들도 의도치 않게 한 줄로 움직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초등학교 등하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한 시민은 “아이들과 같이 다니는데 길이 좁아 함께 이동하기 쉽지 않다”며 “시민 대부분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 교직원은 좁은 인도에 설치된 전봇대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교직원들이 늘 냈던 안건”이라며 “올해는 인근 보도의 나무 화단도 해결했으니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전봇대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보행로 폭이 260㎜ 신발 한 켤레를 놓으면 꽉 차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은 지나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전봇대 이설은 한전 소관이다. 한전으로 의뢰했으니 한전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답했다.

본지가 한전 광주전남본부에 전봇대 관련 민원을 확인하자 오후 4시가 넘어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한전 광주전남본부 진교성씨는 “지난달 25일 북구청에서 공문을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언제쯤 해결이 될 수 있냐고 묻자 진씨는 “16일 현장에 나가서 설계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오치초교 인도에 있는 전봇대는 학교로 들어가는 고압 전선이 있어 학교 측과 정전 날짜를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등굣길 전봇대 옆에 위치한 가드레일 고정나사가 빠져 있다. ⓒ천지일보 2022.6.15
[천지일보 광주=서영현 기자]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등굣길 전봇대 옆에 위치한 가드레일 고정나사가 빠져 있다. ⓒ천지일보 2022.6.15

한편 전봇대가 있는 보도에 안전을 위해 설치된 가드레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학교를 따라 설치된 가드레일은 부분적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가드레일을 연결하는 고정 볼트도 빠져 있거나 반쯤 풀려 도로와 인접한 등하굣길이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다.

특히 문제의 전봇대 옆 가드레일은 고정나사로 조여져 있지 않아 작은 힘에도 쉽게 열려 자칫하면 차도로 튕겨 나갈 우려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무늬만 안전”이라며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문에 서 있던 오치초교 교직원도 고정나사가 빠진 가드레일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북구가 보행을 방해하는 나무 화단을 치우는 공사를 했는데 그때 가드레일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청 교통지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보통 민원상황이 들어오면 업체를 선정해서 보수한다”고 답했다.

16일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전봇대가 박힌 인도에 260㎜ 신발 한 켤레를 놓은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2.6.16
16일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 전봇대가 박힌 인도에 260㎜ 신발 한 켤레를 놓은 모습. (제공: 독자) ⓒ천지일보 20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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