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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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동당 전원회의 역시 허풍으로 시작해 허풍으로 막을 내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제8기 5차 전원회의의 결론에서 “국가방위력 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것”을 강조하고,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중앙위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김 위원장이 회의 둘째 의제인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 중간총화와 대책에 대하여’의 결론 중 하나로 “국가방위력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자위권은 곧 국권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재천명하시고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회의 결론에서는 대미 대남과 관련해 “대적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와 국가안보환경 악화 등이 겹친 현 시점을 ‘유례없는 국난’ ‘미증유의 국난’의 위기로 인식하면서 강대강의 정면승부 투쟁 원칙, 대적투쟁 원칙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과업들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준비를 모두 마쳐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남측이나 미국 등을 직접 거론하며 위협하는 발언도 없는 등 일정한 수위조절을 했다.

그러나 국권수호를 위한 ‘정면승부’라는 표현은 기존의 강대강 원칙, 정면 돌파 원칙보다 한 발 더 나간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필요하면 싸워서라도 승부를 내겠다는 강경입장”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북한이 한미의 확장 억제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핵·미사일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준비를 완료한 7차 핵실험도 언제인지 모르지만 결국 조용히 감행할 것을 예고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남관계’라는 표현 대신 지난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당시 쓰였던 ‘대적투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 것도 향후 대남 대결국면을 예고한다는 관측이다.

특징적인 인사가 진행된 것이 주목을 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외무상으로 승진하고, 외무상을 맡았던 리선권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사도 단행됐다. 내각에서는 전승국이 내각부총리, 박형렬이 식료공업상, 곽정준이 상업상, 리두일이 국가과학기술위원장, 김두일이 내각 정치국 국장 겸 당위원회 책임비서로 임명됐다. 국방기관에서는 리태섭이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정경택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박수일이 사회안전상으로, 리창대가 국가보위상으로 임명됐다. 특히 미국을 잘 아는 최선희를 외무상에, 남한통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선권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국권수호를 위한 정면승부 원칙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화와 외교의 여지가 크지는 않지만 향후 대화 국면이 열렸을 때를 대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총참모장과 총정치국장 등 군부 핵심인사, 사회안전상과 국가보위상 등 사회통제 기구 수장들의 교체는 정면승부 투쟁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받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이다.

북한의 최초 여성 외무상 최선희는 북한에서 영어를 최고로 잘하는 미국통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미관계의 중심에서 활약해 왔다. 이제 김정은은 내부단속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미국과의 대외정책에서도 뭔가 한 방을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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