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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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를 펼쳐놓고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관하자 미국 ICBM부대가 김정은의 화성-17 개발 사진을 걸어놓고 회의하는 숨 막히는 북-미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 북한이 지난 21∼23일 사흘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대 문제와 전방부대의 작전 임무 추가, 군사조직 개편 등 주요 국방정책을 의결했다. 준비가 완료된 제7차 핵실험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관련 계획을 승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와 같은 중차대한 결의를 북한이 언론으로 공개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전방부대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하면서 대남 전술핵무기 최전방 배치와 남측의 3축 체계에 대응한 ‘선제타격’ 전략전술을 부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가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전군이 당중앙의 군 건설사상과 군사전략적 기도를 받들고 들고일어나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을 만반으로 다짐으로써 위대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위대한 우리 인민의 안녕을 믿음직하게 보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정세에 대해 “혁명보위 조국보위의 강력한 보루인 조선인민군의 절대적 힘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부단히 향상시켜 나갈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전방부대 작전 임무를 추가하고 관련 작전계획 수정과 해당 부대들의 군사조직 개편도 의결했다. 통신은 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전선(전방)부대들의 작전임무에 중요 군사행동 계획을 추가하기로 했으며, 당중앙의 전략적 기도에 맞게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가일층 확대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데서 나서는 중대 문제를 심의하고 승인하면서 이를 위한 군사조직편제 개편안을 비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대남 전술핵무기를 최전방에 배치해 운용하기 위해 관련 임무를 부여하고 부대 편제 개편과 관련 적전계획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사시 남측의 주요 군사시설 등 핵심 목표물에 대한 선제타격 지침도 부여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통신은 “군사기술 강군화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과업과 당면한 국방건설 임무들을 확정하고 우리당 국방정책의 철저한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조직정치적 대책들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제를 늘리는 문제를 심의 의결하고 추가로 늘어난 부위원장직에 리병철 당 비서를 선임했다.

이로써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박정천·리병철 2인 체제가 됐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2명으로 늘린 것은 군을 강화하고 핵실험 및 전략무기 개발 등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로 읽힌다. 이밖에 북한은 군사위원회 사업체계와 도·시·군당위원회의 군사위원회 운영 실태를 분석하고, 당규약에 맞게 각급 군사위원회 기능·역할을 높이기 위한 중대 사항들을 결정했다.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국가 위기 대응 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전반적인 군 기강을 확립해 군에 의존한 위기관리 체계를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선 올해 상반기 국방성·총참모부·당 조선인민군위원회·총정치국의 사업과 군 각급 부대 지휘관 및 참모부·무력기관 내 당정치 기관들의 군사 정치활동이 종합적으로 평가 분석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열악한 재래식전력 유지의 출혈을 줄이고 최전방에 현대적 전술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핵무기장벽’을 구축함과 동시에 우리의 서울을 위협하고 거기서 비대칭전력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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