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승격시키는 등 승진 인사도 단행됐다. 리선권 외무상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2.6.11

자위권 차원 무력 강화 의지

南·美 겨냥한 직접 위협 없어

北, 남측 향해 ‘대적투쟁’ 표현

尹 ‘북한은 적’ 발언 등에 맞불

대내문제로 핵실험 미뤄질 수도

대남·대미 라인에 리선권‧최선희

한미일 국방, 2년 7개월만 회동

미사일 경보훈련 등 정례·공개화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의 국가 정책을 점검하고 주요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 아래 사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맞물려 소집된 당 전원회의인 만큼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을 받았지만 다행히도 핵실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강대강 원칙’ 재천명과 함께 ‘북남관계’였던 표현을 ‘대적투쟁’으로 바꾸면서 남한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해 이목이 쏠렸다.

한동안 한반도 평화 시계는 멈추고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국방당국은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재차 확인했다.

◆北, 8~11일 전원회의 마쳐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10일 주재한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고 밝혔다.

또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면서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늘 명분으로 삼았던 자위권을 이유로 들며 강대강·정면승부 원칙과 더불어 무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이나 남측을 겨냥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우려했던 핵실험과 관련된 발언도 없었다.

대신 남측에 대한 시각 변화는 감지됐다. 통신은 결론에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도 했는데, 대적투쟁이라는 표현을 통해 남한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말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사용했던 ‘북남관계’라는 표현을 불과 5개여월만에 ‘대적투쟁’으로 바꾼 셈이어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말 비슷한 결론에서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통신을 통해 전했다.

북한이 대남 강경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의 ‘북한은 우리의 적’ 발언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정부 출범 겨우 한달 넘은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국면이 최고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승격시키는 등 승진 인사도 단행됐다. 리선권 외무상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2.6.11

◆北 핵실험 가능성 여전

북한이 핵실험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강대강 원칙 아래 군사력 강화노선을 재확인한 만큼 핵실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많다. 당분간 대내 문제로 미뤄질 수 있을 뿐이지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전원회의 결론에서 핵실험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과 경제 안정을 먼저 다뤘다.

김 위원장은 “국가 방역사업이 봉쇄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봉쇄와 박멸 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현 상황을 중간 평가했고, 농사와 소비품 생산을 경제과업 중 급선무로 제시했다.

방역 조치와 봄 가뭄 등으로 심해진 물자 부족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도 이날 배포한 ‘북한 전원회의 참고자료’에서 “대내외 어려운 정세 속에 분위기 쇄신과 민심 다잡기에 방점이 찍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결국 핵실험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원회의에서는 북한의 대내 현실이 투영된 모습이지만 끝내는 대남‧대미 압박용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라는 뒷배가 어느 정도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북한이 지난 2018년 갱도 입구를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 복구와 내‧외부 장비 연결 등 대부분 준비를 마치고 갱도 되메우기 등 일부 작업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터라 군 당국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대미 전문가이자 대미 강경 메시지를 던지곤 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에 전격 임명하고 군 수뇌부와 군수공업 수장도 전격 교체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사실상 미국과 대화를 중단한 북한이 장기적으로 협상 재개를 고려해 그를 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남쪽 기업 총수들에 대한 ‘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던 ‘대남통’ 리선권을 대남문제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했다. 대남 강경 인물로 꼽히는 인사로 향후 남북 간 긴장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출처: 뉴시스)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출처: 뉴시스)

◆한미일 국방, 北잇단 도발에 결속 강화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한미일 간 대북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는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안보 사령탑들이 총출동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만에 개최된 회의에서 한미일 국방장관은 북한을 향한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미일 국방장관 대면회담은 2년 7개월만이다.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이종섭 장관, 로이드 오스틴 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비해 해오던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탄 추적 훈련을 강화하고 추가 확대도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미사일 경보훈련 등은 분기별로 1회 열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비정기적으로 진행됐고, 또한 비공개였다. 하지만 이번에 3국은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훈련 일자 등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 장관은 3국 군사 연합훈련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경보·탐지훈련 외에 2018년 이래 한일관계 악화로 중단됐던 대잠훈련, 대테러훈련 등 추가적인 훈련 확대 여지를 남겨둬 관심이 쏠렸다.

3국 병력이 한 장소에 모여 대규모로 실기동하는 개념의 군사 연합훈련은 아니더라도 3국간 상호 운용성을 높일 수 있는 훈련들이라는 점을 이유로 댔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 자위대가 동해상에서 훈련하는 날이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섞인 목소리를 내놓는다.

아울러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임이 다분한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준비 등을 되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에 매몰돼 대화보다는 대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강 원칙을 재확인한 북한도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 한반도 리스크가 커질 일만 남은 형편이다.

더욱이 한미일 협력 강화는 대북공조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도 여겨진다. 바로 인접국인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균형자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윤 정부 들어 특히 ‘친미 굴종’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주도하는 모양새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왼쪽) 일본 방위대신과 3국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2.06.11
[서울=뉴시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왼쪽) 일본 방위대신과 3국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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