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박 감독은 이날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박 감독은 이날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尹 “한국영화 경쟁력 입증”

박찬욱 ‘헤어질 결심’ 감독상

송강호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감독·배우·제잔진 모두의 결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두 편의 한국영화가 본상을 휩쓸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과시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면서다.

이날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작품성과 연기력을 함께 인정받으며 영화인·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동반 수상한 일은 한국영화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칸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자신의 첫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감독으로선 역대 2번째이자 지난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이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같은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던 반면,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와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영화 제작의 지원을 준 제작사와 스텝들, 배우 박해일, 탕웨이에게 감사를 전했다.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영화로 산에서 추락사한 한 남자의 사건을 맡게 된 담당 형사와 사망자의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 멜로 스릴러 영화다.

앞서 박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대상, 박쥐는 심사위원상, 아가씨는 기술 아티스트 상인 벌칸상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송강호가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본인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은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포옹한 뒤 무대로 나섰다.

[칸=AP/뉴시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29.
[칸=AP/뉴시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29.

송강호는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이 트로피의 영광과 영원한 사랑을 수많은 영화 팬들과 가족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또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배두나를 호명하며 인사를 전했다.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부부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맡아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표현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가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7번째며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배우 전도연이 지난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2번째다.

한국영화사 처음으로 두 영화인이 나란히 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자 다음날인 29일 윤석열 대통령도 이들에게 축전을 각각 보냈다.

먼저 윤 대통령은 박 감독에게 “한국 영화의 고유한 독창성과 뛰어난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박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수상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 2016년 ‘아가씨’ 등을 통해 쌓인 영화적 재능과 노력이 꽃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배우 송강호에게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연기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였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축하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낳은 위대한 감독의 영화들도 배우의 연기가 없었다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브로커’라는 멋진 작품을 함께 만들어낸 모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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