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충주시 교현동에 위치한 건국대 충주병원 전경 ⓒ천지일보 2022.5.22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충주시 교현동에 위치한 건국대 충주병원 전경 ⓒ천지일보 2022.5.22

법인 100억 투자협약 ‘속 빈 강정’

경영악화로 병동 두 층 폐쇄돼

공용 화장실로 감염노출 위험

“심혈관 노후기기 위험해도 써”

“업무 과중으로 금방 그만둬”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약속했던 법인 투자가 ‘감감무소식’되면서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병원 증축 후 십수 년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건대 법인이 충주병원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지가 지난 18일 취재한 결과 인력난과 시설 노후로 인해 의료시스템이 실제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충북북부 지역 유일한 대학병원이다. 500병상까지 운영했지만 경영악화로 현재 가동 병상은 200여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여론도 악화됐다. 충주시민단체는 대학병원 설립 조건으로 내준 ‘의대 인가 취소’ 서명운동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에 법인 측은 지난 3월 충주병원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로도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18일 충주병원 노조는 병원 앞에서 ‘100억 투자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법인 측의 방임을 규탄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건국대충주병원 노동조합이 18일 건대충주병원 앞에서 ‘건국대 법인 투자협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법인은 100억 투자약속을 지키라”며 법인 측을 규탄했다. 이날 양승준 건국대충주병원지부장은 “투자 발표로 지역민들은 의료공백 해소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며 “건국법인은 조속히 병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건국법인은 지난 3월 언론 보도를 통해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건대 충주병원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건국대충주병원 노동조합이 18일 건대충주병원 앞에서 ‘건국대 법인 투자협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법인은 100억 투자약속을 지키라”며 법인 측을 규탄했다. ⓒ천지일보 2022.5.22

◆‘북부 유일 대학병원’… 실상은 병동 폐쇄까지

건국대 재단은 충북 북부지역 공공의료 활성화를 조건으로 1986년 의대 설립(현 건국대 글로벌캠퍼스)을 인가받았다. 이후 재단은 충북이 아닌 서울 광진구에 병원을 개원하고 2005년부터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서울로 이전 운영했다. 이 가운데 건국대 충주병원은 1993년 비로소 지금의 교현동 개인병원 건물에 들어서게 됐다.

실제 본지가 취재한 결과 병원 내부 대부분 보수가 필요할 만큼 낡고 방치된 상태였다. 병원 화장실은 의료전용과 환자용이 따로 나뉘어 있지 않았고 이마저도 남녀 공용에 2칸이 전부였다. 병동 관계자는 “본래 의료진과 환자는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한다”며 “혹시 모를 감염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병동에서 상시 근무한다는 한 의료진은 “비좁고 열악해 생리현상조차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병동을 지나 외래진료과로 가보았다. 간이책상과 철제 의자 몇 개가 구비된 보호자 대기실 벽면 한쪽에는 박스들이 쌓여있고 비좁은 복도로 인해 대기석 환자들과 이동하는 이들이 계속 부딪히기 일쑤였다. 병원 기기 역시 30년정도 된 낡은 기계들이 많았다.

병원 내부 관계자는 “심혈관 기기가 노후돼서 건의를 했는데도 무소식”이라며 “심혈관 치료 특성상 기기 오류시 몇 초만에 환자 생명이 오갈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인데도 아직 낡은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최근 병원 내부 스프링클러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스프링클러 공사 중인 건대 충주병원 복도 천장. ⓒ천지일보 2022.5.22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최근 병원 내부 스프링클러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스프링클러 공사 중인 건대 충주병원 복도 천장. ⓒ천지일보 2022.5.22

또 병동 곳곳 천장에 스프링클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최근 소방법이 강화되면서 전체 병동에 설치를 시작했다”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병동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올라간 병상 두 층은 폐쇄돼있었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진료 역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폐쇄된 병동에는 목재용 환자 사물함과 녹이 슨 철제 침대가 무분별하게 방치돼있었다.

◆인력난으로 병동 없애… 업무가중 이어져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건국대 충주병원 내 폐쇄된 병동 모습. ⓒ천지일보 2022.5.22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건국대 충주병원 내 폐쇄된 병동 모습. ⓒ천지일보 2022.5.22

입원 환자와 의료진이 남은 병동으로 제각각 배치됨에 따라 의료진의 업무 스트레스도 더 늘었다.

한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는 “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 못 버티고 나가는 간호사들이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병동을 폐쇄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간호사들은 공중분해가 돼 원치않는 부서로 들어가게 된다”며 “케이스에 맞춰 과별 업무를 봐야하는데 업무 분담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이환자, 저환자를 봐야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진들을 교육해줄 선임도 부재해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왔다가 금방 나가거나 자신의 주담당과 상관없는 과에서 업무를 도맡고 있었다. 한 과에서 13년 경력을 쌓은 한 간호사는 경력과 전혀 무관한 병동에서 여러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주축이 돼 담당할 수 있는 경력이 있음에도 병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상 교육을 해줄 수도 배울 수도 없었다.

◆시민들 “충주 살면 아프면 안돼”

충주시민들도 악화되는 건국대 충주병원의 사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보도된 ‘심혈관 의료진 전원 퇴사 소식’에 충주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0만 도시에 의료 서비스가 군 단위보다 못하다” “책임자는 사태를 이렇게 만들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충주에 살면 적어도 아프면 안된다”며 개탄했다. 북부지역 의료공백으로 많은 환자들이 가까운 강원도 원주시 대형병원으로 ‘원정치료’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충주시 안림동에 위치한 충주의료원이 지난 20일 앞으로 충북 북부지역 의료공백을 메우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충주병원이 근처 유일한 대학병원이기에 위급시 충주병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다쳐 3일째 입원 중인 환자 김형식(40대,남)씨는 “타지에 살고 있지만 직장은 충주인데 다쳤을 때 ‘가장 큰 병원이니 잘 해줄 것’이라고 이곳에 가라고 권하셨다”며 “지내다보니 샤워실이 비좁아 불편하고 의료진들도 굉장히 바빠보이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전히 충주시민들은 늦은 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가깝고 응급진료가 가능한 건대 충주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한다.

◆“공공의료 위해 행정·재정 지원 검토돼야”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약 10도 가량 높은 복도 경사. 병원 관계자는 “하루 수차례 오가는 환자용 이동 침대와 배식차가 모두 수동형이라 이동 부담도 크고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 2022.5.22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약 10도 가량 높은 복도 경사. 병원 관계자는 “하루 수차례 오가는 환자용 이동 침대와 배식차가 모두 수동형이라 이동 부담도 크고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 2022.5.22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조중근 충주시의원은 262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건국대 충주병원은 충주에서 의대를 인가 받고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건국대 재단소속의 사립대학이라는 이유만으로 충주시는 아무런 권한을 행사 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에서 벗어나 충주시민들의 건강권 보장과 양적·질적 향상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올해 충주시 35개 지역단체 등 지역사회 역시 “건대 충주병원은 충북 북부지역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병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지 않고 있어 상황은 더욱 지지부진하다.

양승준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장은 “도에서 재단한테 신축을 하던, 규모를 키우던, 본분을 다하라고 얘기할수있는건데 노사 협의회도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충주 의료원보다는 중증 환자를 받던 대학병원이었는데 그게 지금 안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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