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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活人靈木(활인영목)이라 불리는 느릅나무(楡木)는 약성(藥性)이 훌륭한 나무이다.

당나라의 정사(正史)로서, 이십오사(二十五史)의 하나인 ‘당서(唐書)’에는 당(唐) 나라 때 양성(陽城)이,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자, 느릅나무를 가루로 만들어 죽을 쑤어 먹으면서 강학(講學)을 그치지 않았다고 나온다.

한편 송(宋)나라 휘종(徽宗) 때에 하북(河北)과 산동(山東)이 해마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느릅나무 껍질과 야채를 먹었다. ‘본초(本草)’에 “유백피(楡白皮)는 흉년에 사람들이 먹어서 양식에 보충한다”고 했는데 찧어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는다고 돼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노수신(盧守愼, 1515~90)의 시문집 ‘소재집(蘇齋集)’ 제3권 / 시(詩)에 ‘ 또 보릿가루를 부쳐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又謝寄麥粉)’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楡屑資朝�(유설자조어)느릅나무 가루 죽으로 아침은 실컷 먹고 / 英飡助夕婪(영손조석금)국화꽃은 저녁거리가 넉넉히 된다오.”

느릅나무 가루를 먹은 내용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2~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제2권 / 치선(治膳)편에 느릅나무 열매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조무이법(造蕪荑法)은 유전(楡錢 느릅나무 열매의 깍지 돈과 비슷하게 생겼음)을 분량에 관계없이 볕에 말려, 자기 그릇에 유전 한 켜와 소금 한 켜를 격지격지 놓는다’라고 돼 있다.유근피(楡根皮)라 불리는 느릅나무 뿌리껍질 가루와 율무가루를 3:2의 비율로 섞어서 반죽해 시루떡이나 국수로 만들어 먹으면 맛도 좋고 치료 효과도 좋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긍익(李肯翊, 1736~1806)이 지은 조선시대 사서(史書). 필사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별집 제19권 / 역대전고(歷代典故) 에 보면 “평양 대동강 동쪽 기슭에 긴 느릅나무 숲이 길 좌우에 늘어서 있는데, 가로로 10리나 뻗었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기자가 백성들에게 심게 해 흉년의 굶주림에 대비한 것이다’고 한다”라고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의 자강도, 평안북도, 평안남도지방은 느릅쟁이국수를 해 먹는다. 북한의 느릅쟁이국수는 주로 느릅나무의 껍질이나 뿌리의 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강냉가루를 섞어 해 먹는다. 느릅쟁이국수는 단백질, 광물질, 미량원소, 비타민(B1, B2, C) 등이 많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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