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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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문화계나 외식업계는 심하게 말하면 불안정하고 오류투성이의 문화 파괴시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학계나 외식업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바로 잡아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요리용어나 메뉴명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유래조차도 오류투성이고 왜곡돼 있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식업계에서 한동안 원조타령을 하더니 근거도 없이 궁중음식 어쩌고 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상술이라 하지만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외식업계에서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 학계 일부는 오히려 그를 근거로 인정해 나가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리는 체계적인 식생활문화에 대한 학문이 부족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전공과목도 없다. 영양학, 조리학, 식품가공학 등을 하는 분들이나 인문학을 하는 분들이 이 분야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식생활문화 전반에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생선탕 집 곤이(鯤鮞)에 대해 그 어원을 바로 잡고자 한다.

요즘 생선탕집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서 나온 흰 정액 덩어리를 ‘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말이다. 곤이는 물고기 뱃속에 있는 알(卵)이다.

조선 후기 학자인 김재로(金在魯)의 주석서 ‘예기보주(禮記補註)’에 곤장(卵醬)이 나오고 주(註)에 곤(鯤)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난(卵)’을 곤(鯤)으로 읽은 것은 정현의 주이다. 소에 말했다. “정현이 난(卵)을 곤(鯤)으로 읽음을 안 것은, 새의 알은 장(醬)을 담그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곤(鯤)으로 읽은 것이니, 곤(鯤)은 물고기의 알이다.”

또 살펴보건대, ‘국어’ 노어(魯語)에 “물고기는 곤이를 잡지 못하게 하였다”라고 했는데, 위소(韋昭)의 주에 “곤이는 아직 물고기가 되지 못하여 알이 태중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곤은 바로 지금 세속에 어란(魚卵)의 명칭이다.

‘자휘’에 말했다. “난(卵)은 또 공(公)과 혼(魂)의 반절로 음이 곤이니, 물고기의 알이다”라고 나온다.

여기서 난을 곤으로 읽는다는 주를 단 것은 중국 후한(後漢) 사람인 하거(何居) 정현(鄭玄)이다.

중국 최초로 나라별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라는 책의 ‘노어(魯語)’ 부분에 “어금곤이(魚禁鯤鮞, 고기잡이에서 곤이를 잡는 것을 금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곤이라는 말이 처음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삼국시대 오(吳)나라 때 학자인 위소(韋昭, 204~273)는 주를 통해 ‘鯤’은 ‘어자(魚子)’ 즉 ‘고기새끼(알)’라고 풀이했고, ‘鮞’는 “미성어(未成魚)” 즉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고기’라는 풀이를 했다.

곤이의 곤은 고기 어(魚)자에 자손이라는 뜻의 곤(昆: 맏,형, 자손, 많다, 덩어리)자가 합쳐진 말로, 사전적 의미를 따지면 ‘물고기 배 속에 있는 알’ 또는 ‘물고기의 새끼’를 가리킨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서 나온 흰 정액 덩어리를 ‘곤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수컷 뱃속의 흰 정액 덩어리는 사전적 의미가 ‘수컷의 생식소인 정소’라고 돼 있는 ‘이리’ 또는 ‘어백(魚白)’으로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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