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2차대전 처칠‧애틀리 파트너십 강조

북한에 백신 인도적 지원도 열어놔

일각서 “野 설득 메시지 미흡” 지적도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영국의 보수·노동당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협치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전 대통령의 첫 연설과 비교했을 때 국정 운영 정치개혁 등 장황한 비전 제시 대신 ‘실무형 연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 손실보상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신속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에서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 같은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을 향해 국정 운영에 협조해 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이는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고 있어 첫 내각 출범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과 인사를 하며 본회의장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에 대해 “이번 추경의 총 규모는 59조 4000억원이지만 지방정부 이전분 23조원을 제외하면 중앙정부는 총 36조 4000억원을 지출하게 된다”며 “이러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는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원 8조 1000억원과 금년도 지출 구조조정에 의한 예산 중 절감액 7조원을 우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머지 21조 3000억원은 금년도 초과 세수 53조 3000억원 중 일부를 활용했다”며 “초과 세수의 나머지 재원은 앞서 말씀드린 지방재정에 23조원, 국가채무 축소에 9조원을 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주에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가능성도 언급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이어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는 그동안 세계화 속에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던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 현실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투발 수단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주요국과 경제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선 극복하기 어렵다”며 “지속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협력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북한에 백신 지원 등 인도적 지원 의사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저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 왔다.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이전 대통령들은 정치개혁 구상을 비롯해 장황한 비전을 이야기했는데 윤 대통령은 실무형 연설을 진행했다”라며 “필요한 말만 간단히 요약한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엄 소장은 “협치나 초당적 협력을 부탁했는데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비판하며 야당을 공격했고 인사도 검사 위주로 하고 있다”며 “야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야당 설득 메시지로서는 엇박자 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백신 지원과 관련해서는 “보수정권에서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은 항상 해왔었다”며 “북한의 호응 여부 정도가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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