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선대위) ⓒ천지일보 2021.12.30

국가안보 맞물린 에너지정책

신중커녕 정권마다 ‘극과 극’

녹색체계에 원전 포함 추진

 

‘폐기물 처리장 부족’ 제기

사회적 합의 빠졌단 지적도

“기본계획·안전위 개편 절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최강 수준에서 ‘쑥대밭’ 수준이 된 한국 원자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공식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기존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핵심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내용을 포함하면서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국가안보와 맞물려 있는 만큼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랬다저랬다 방향이 바뀌거나 이번처럼 폐기에서 활성화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친환경에너지 정책 강화라는 명목하에 ‘원전 중심 발전정책 폐기’ 선언과 함께 탈원전 정책을 감행해왔다.

그 결과 원전 실적은 사실상 ‘제로’라는 수주 절벽 상황을 맞이했다. 수주 없이는 버틸 재간이 없던 관련 기업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휴·폐업 상태에 처하게 됐다. 4년간 원전 기술 인력들도 산업현장을 떠났고 일자리가 없어진 대학생들 수백명은 자퇴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원자력 산업 수주 규모가 1/3 수준으로 쪼그라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를 회복시키겠다는 ‘원전 생태계 강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지만, 핵폐기물 처리 문제나 사회적 합의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차기 정부, 원자력 비중 늘린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워 기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안정성을 전제로 추후 만료되는 원전의 지속 운전 등을 통해 에너지원 발전량 비중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점차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시간이 걸리는 원전 건설과 운전에 앞서 예비품 발주 등 산업계 일감 조기 창출에 나선다. 수주 절벽을 맞은 원전 수출 분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노형·기자재·운영보수서비스 수출 등으로 수출 방식도 다각화하기로 했다.

또 원전산업의 가치사슬 분석과 함께 핵심 기자재에 대한 국산화와 미래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인력 양성 등을 다각도로 추진한다. 차세대 원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4년까지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반연구 진행 ▲해외 소형모듈원자로 실증에 국내기업 참여 지원 ▲미래 원자력 기술(제4세대 원자로·핵융합에너지) 개발 지원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러한 사업들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부와 각계가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 가동한다. 여기에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금융기관·원전기업 등이 동참한다. 패키지 지원을 가능케 하는 민관 합동 ‘원전 수출 원팀’인 셈이다. 위원장은 산업부장관, 위원은 과기부·외교부·국방부·국토부·중기부 차관과 한전 등 공공기관 사장이 맡는다. 이어 현재 한전과 한수원으로 흩어진 원전 수출체계 기능을 다시 검토해 유기적인 업무분담 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원전 친환경에너지 분류 ‘논란’

이달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오는 8월까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원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 투자로 판단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수위는 올해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전을 포함한 유럽연합 사례를 들어 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각종 환경오염 이슈가 있는 원전을 친환경적인 발전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탄소배출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에너지 정책은 국가 안보와 맞물린 만큼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쏙 빠졌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이를 의식한 듯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녹색분류체계 개편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인수위는 이번 발표에서 ‘오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와 ‘2025년부터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현 상황에서 두가지 모두를 단시간에 이루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방사성폐기물 포화문제도

9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원전본부별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포화도는 고리 원전 85.4%, 한울 81.7%, 월성 74.3%, 한빛 74.2%, 신월성 62.9%, 새울 원전 25.4% 순으로 나타났다. 포화 시점은 가장 이른 고리·한빛 원전의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하게 된다. 차기 정부가 원전 비중을 늘려가면 늘려갈수록 예상 포화 시점도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하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이를 확충하기 위한 폐기물 처분장 신설에는 지역민 갈등 등이 얽혀 통상 수십년이 소요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고 부지 선정 절차 개시 후 37년 후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태껏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인수위는 우선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40년간 26기의 원전을 지어놨는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기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5년간 벌여놓은 탈원전 흔적이 너무도 크기에 이에 대한 폐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지금부터라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0%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 환경과 안전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기술은 없다. 그런 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동안 정책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이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던 것 만큼, 폐기물이나 나머지 문제도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정상화는 기본계획에 대한 개편과 탈원전에 앞장선 원자력안전위에 대한 개혁 등의 걸림돌이 있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를 위한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수어통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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