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0.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0.

성남시의회 로비 정황도 공개

“10억 20억 가져가서 정리해야”

개발 찬성한 강한구 의원 언급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가운데 지난 2일과 3일에도 성남시의회 로비 정황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남욱 변호사에게 뇌물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연달아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이틀에 걸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 대한 공판을 이어갔다. 당초 변호인들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기각했다.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겼다. 녹음은 지난 2013년 3월에 됐다. 녹취에 언급된 성남시의회 인물은 강한구 의원이다.

김씨는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라고 말했고 “한구 형 부분도 형(김씨)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게 맞는 것 같다”며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신에 나중에 그쪽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검찰은 파일이 녹음된 시기인 2013년 3월 9일을 언급하며 “(통화에서 언급된)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잘라줘야 하고 강 의원에게 로비하는 것은 김씨가 맡겠다고 언급한 것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된다”는 입장이다.

이 통화 내용에서 정 회계사와 김씨는 수차례 ‘의장님’을 언급하는데,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추정됐다.

통화에서 정씨가 먼저 “의장님과 통화해 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어 김씨는 “안 왔다”며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대답했고, 또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 “욱이(남 변호사)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 등이라고 언급한다. 아울러 “앞으로 점점 의장이 세질 것”이라며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또 2013년 10월 4일 녹음된 파일에서 정 회계사는 “지난번에 통화를 들려주신 적이 있지 않나, ‘유유’가 갖고 오라고 난리 치는 것 들었다”며 “좀 심하더라,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신경 써야 할 일 아니다”라며 “완전 지겹다”고 대답했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 2019~2020년 사이 김씨, 남욱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분량은 140시간 정도로 전해졌는데,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은 이 중 30시간 정도 분량만 법정에서 재생하기로 했다. 건수로는 66건이다. 6일에도 녹음 파일은 재생될 예정이다. 정 회계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배임죄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녹음파일 공개는 지난달 25일 공판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유 전 본부장 측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이날로 미뤄졌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최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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