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은현면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모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5.2
경기 양주시 은현면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모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5.2

1명 사망·수백억원 재산피해

불길, 발생지 옆 회사로 번져

 

초동대응 실패 가능성 제기

“전소까지 소방차 1대도 안와”

 

화재 발생 일주일 만에 재발

원인 미상에 광역 합동감식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화재가 발생하고 불이 넘어와 공장을 다 태울 동안 소방차를 단 한대도 안 보내줬습니다. 한대만 왔더라도 이 지경이 안됐을 텐데… 전소될 동안 물 한방울 뿌리지 않았다니까요.”

3일 제보자는 “사고 당시 CCTV를 다 확인해봤으나 공장이 전소될 25분간 아무런 소방 조치가 없었다”며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최근 경기 양주시 은현면 한 공장에서 발생했던 불이 일주일 만에 재발해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접 공장에 불길이 번져 4개동을 전소시킨 것이 초동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화재 당시 제보자는 불길이 화재발생지에서 넘어와 20여분 만에 4개동을 순식간에 잃어 8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본지는 이번 화재가 사람의 실수나 부주의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제보를 듣고 사건 경위에 대해 알아봤다.

당시 사고 상황을 살펴보면, 먼저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양주 은현면 한 플라스틱 제품창고에서 불이 나 60대 남성 근로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것이 1차 화재다. 당시 불이 옆으로 번지면서 플라스틱 사출 공장과 생활용품 보관창고 등 건물 4동이 불에 휩싸여 소실했다. 숨진 근로자는 화재발생지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45대와 인력 150명, 헬기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으며 오후 3시께 큰 불길을 잡으면서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발화지점으로 여겨지는 A·B회사와 또 불이 옮겨붙은 C회사 등 다수의 회사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제보자인 C회사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초동조치를 제때 못해 발생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당시 화재가 삽시간에 확대돼 사망자가 발생하고 헬기가 뜨는 상황까지 전개됐지만 불이 번지던 인접한 C회사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경기 양주시 은현면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모습. 제보자는 “당시 불이 커질 대로 커져 우리 공장으로 옮겨붙는 건 시간문제였다”며 “그럼에도 화재 확대를 막기 위해 공장으로 와있는 소방차는 보다시피 단 한 대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5.3
경기 양주시 은현면 화재 발생 당시 C공장에 불이 넘어오는 모습. 제보자는 “당시 불이 커질 대로 커져 우리 공장으로 옮겨붙는 건 시간문제였다”며 “그럼에도 화재 확대를 막기 위해 공장으로 와있는 소방차는 보다시피 단 한 대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5.3

그는 “이번 화재로 공장이 다 탔다. 화재가 옆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든지 매뉴얼이 있을 텐데 소방차가 단 한 대도 안 왔을뿐더러 불이 옮겨붙은 상황에서도 왜 한 대도 안 들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소방신고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화마에 휩싸여 공장이 불타는 모습을 볼 수만 없던 C회사 관계자들은 급히 119에 신고를 취했다. 하지만 돌아온 내용은 “이미 신고된 지역”이라는 음성메시지만 돌아올 뿐이었다.

제보자는 “직원만 해도 두 사람이 전화했는데 소방당국의 인원과 직접 통화는 되지 않고 자동안내 멘트처럼 음성메시지로 바로 넘어가 자세한 정황설명은 하지 못했다”며 “결국 바로 옆에 있던 공장이었지만 아무런 소방 대응 없이 전 재산을 잃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당시 화재 담당 양주소방서 화재조사관은 “처음 화재가 발생한 곳은 플라스틱 제품창고 쪽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2차 화재는 그 옆 건물에서 발생했는데 플라스틱 사출 공장이라고 한다”고 답변했다. 불이 번진 C씨 회사에 대해선 “바람도 그쪽으로 불고 거리 간격이 가깝고 열기가 워낙 세다 보니 그쪽으로 연소 확대가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응이 늦었다는 점에 대해선 “도착했을 때 A회사가 이미 전소된 상황이었고 인접 건물 쪽으로 연소 확대되지 말라고 주수 중이었다”며 “A회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로 소방차 63대, 헬기 2대 등 소방력을 집중해 화재를 진압했는데 이후 연소 확대가 되다 보니 차량을 주변으로 배치하게 됐다. 대응을 잘못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불길이 세고 화재가 (순식간에) 번지다 보니 차량 배치와 대응이 늦었다”며 C회사가 전소된 시점에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경기 양주시 은현면의 한 플라스틱 관련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제공: 양주소방서) ⓒ천지일보 2022.5.3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경기 양주시 은현면의 한 플라스틱 관련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제공: 양주소방서) ⓒ천지일보 2022.5.3

다른 화재조사관도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샌드위치 판넬이라 연소가 금방 확대될 수밖에 없다. 박스도 그렇고 가연물들이 잔득 쌓여 있는 상황이었는데 진압을 덜 하고 하는 부분은 일차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상황실 관계자는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면 지휘관이 연소 확대되는 부분은 인지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고 또 여세 확대를 막는 것에 주력을 둔다”며 “불이 번지는 것을 다 차단을 해야지 여기는 끄고 저기는 안 끄고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화재는 일주일 뒤 불이 옮겨붙었던 공장에서 다시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저녁 7시 33분 플라스틱 제조공장에 화재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응 1단계를 재발령, 진화 작업을 벌였으며 이날 밤 23시 7분께 불길을 잡았다. 불은 3개동에서 발화 후 인접 2개 공장으로 확대되면서 발화 공장 2개동과 인접 2개 공장 4개동을 전소시켰다.

이를 두고 양주소방서는 1차와 2차 화재발생지는 A회사로 동일하지만 A회사는 1~3개 동으로 구분돼 있기에 별개의 화재라고 보고 있다. 1차 화재 시 연소 확대된 1동은 2차 화재 시 발생한 2동과는 다른 장소라는 설명이다.

일주일 만에 재발한 점에 대해 양주소방서 화재조사관은 “흔치 않은 특이한 케이스”라며 “불이 크게 나 광역조사팀에서 합동조사에 나설 예정이나 (원인 파악에) 한 달에서 두 달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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